2008년 국내 증시에 석양이 물들고 있다. 30일 폐장을 앞둔 코스피시장도 한 해를 보내는 작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증시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확산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1월 2일 1891.45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잇단 미국발 쇼크에 밀려 장중 892.16(10월27일)까지 내려앉는 등 반 토막이 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12월 들어 파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비롯한 고강도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정 등에 힘입어 1200선 언저리까지 체력을 회복한 코스피는 이제 2009년을 위한 희망을 다지고 있다.



20년 이상 이어져온 '홀짝수 속설'도 내년 증시에 기대감을 보탠다.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국내증시에서 위력을 발휘한 '홀짝수' 속설이 올해도 비껴가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홀수해인 2009년에는 반등 장세를 기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년간 지속된 홀수해 강세장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1년간 코스피시장은 홀수해에 강세장을 기록하고, 짝수해에는 상대적으로 게걸음을 걸었다. 지난해까지 홀수해 상승은 11번 중에 8번, 짝수해는 10번 가운데 6번이었다. 빈도만 놓고 보면 유별나게 큰 격차는 아니다.



하지만 상승률을 따지면 홀수해가 압도적이다. 홀수해의 평균 상승률은 26.16%다. 반면 짝수해는 3.99%에 불과하다. 상승률 차이가 무려 22.17%포인트에 이르는 것이다. 이른바 '홀ㆍ짝수의 법칙'이 입증된다.



특히 IT버블 이후인 1999년부터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IT버블이 불붙었던 1999년 코스피지수는 82.78% 폭등했다. 그러나 1년 뒤 IT버블이 꺼진 2000년에는 코스피지수가 50.92% 폭락했다.



2003년부터 코스피지수는 줄곧 오름세를 이어가며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짝수해 수익률은 홀수해를 넘지 못했다.



홀수해였던 지난해 32.25% 급등했던 코스피지수는 짝수해인 올해 12월18일까지 38.02% 급락했다.



올해 남은 날짜를 감안하면 7거래일만에 58% 이상 폭등해야만 '속설'이 깨진다.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올해도 '홀짝 속설'의 신화는 적중하게 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전년도에 지수가 크게 오르면 다음해에는 경계심이 발동해 상승폭이 둔화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대로 올해는 글로벌 신용위기와 경기침체라는 파도가 덮치면서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등 에너지가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속설이 이어진다면…



물론 홀수해인 내년 증시가 '홀짝 속설'에 따라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주가 흐름은 신도 알지 못한다'는 또 다른 증시 격언도 있지 않은가.



다만 금융위기가 고비를 넘고 경기회복이 완만하게나마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적어도' 올해와 같은 급락세는 피하며 체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 우세하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내년 2분기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에는 증시주변의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짝수해인 올해보다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단기 유동성 랠리가 있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한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와 헬리콥터에서 돈다발을 퍼붓는 것으로 비유되는 경기부양책,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제조치 등이 단행되면서 내년 봄부터는 점차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분양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본격화, 고공비행하던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금융위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마당에 경기회복 가시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돼 큰 폭의 상승반전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반등을 시도할 경우 낙폭과대주가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단기 유동성 장세에서는 일반적으로 낙폭과대주의 바닥의 바닥 탈출시도가 가장 뚜렷하다"며 "증시 변동성에 강한 경기방어주와 함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