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세가율의 상승이 눈에 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8년 52.4%를 기록한 이후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63.3%까지 상승했다. 2002년 65.3%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특히 지난해는 처음으로 매매가격 하락이 전세가율을 끌어올리는 이유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세 재계약비용이 2000만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5608만원으로 2년 전 1억3560만원에 비해 2048만원 늘어났다. 지난해 전국 전세가격은 2.4% 오르는데 그쳤지만 2011년에 12.08%나 오른 것이 재계약비용을 끌어올렸다. 참고로 2048만원은 세입자가 2년간 매달 86만원의 정기적금을 부어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특히 지난 4년간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이 248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총은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8년 8월 기준으로 52.4% 증가했다. 반면 매매가 시총은 63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증가액은 4.9%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비해 4배나 더 오른 셈이다.
◇지역별 부담 큰 곳은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뜻하는 말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압력이 커진다고 해석한다.
전통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곳은 광주광역시다. 국민은행 조사에서 광주광역시의 올해 전세가율은 77.7%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상승률을 보면 4.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서울(16%포인트) 경기(15%포인트) 인천(12%포인트) 등 수도권의 상승률이 더 매서웠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르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전세 재계약 부담은 어느 지역이 클까. 서울, 대구, 경기, 세종 순으로 전세 재계약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세 재계약 평균금액은 서울이 3027만원, 대구는 2723만원, 경기 2302만원, 세종 2198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전세 재계약 증가액의 평균을 상회한 것이다.
서울에서는 서초구가 가장 두드러진다. 전세 평균가격과 전세 재계약 증가액 모두 가장 높았다. 평균 전세가는 4억8134만원, 평균 재계약 비용은 5860만원이다. 잠원동과 반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진행되면서 전세가격 상승률이 지난 한해 서울 최고인 4.86%를 기록했다.
좁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의 전세 재계약 부담이 넓은 집에 사는 사람의 부담보다 더 큰 곳도 있다. 중소형의 재계약 증가액이 중대형에 비해 높은 곳이다. 대전은 85㎡이하 면적이 1억1488만원에서 1억1980만원으로 492만원이 증가했지만 85㎡초과의 경우 1억9667만원에서 1억9749만원으로 81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울은 용산, 강동, 중구, 노원, 동대문, 도봉, 서대문, 동작, 송파, 성북 등 순으로 중소형 면적의 전세가격이 강세를 나타냈고 경기도는 의왕, 가평, 안양, 연천 양주, 김포, 시흥, 수원 등 8개 지역이 중소형 면적의 전세 재계약 비용부담이 더 컸다.
◇내집 마련 유리한 지역은
전세가율이 높아졌다고 무작정 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정할 수요자는 많지 않다. 경제적 욕구에 따라 더 가격이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수요자부터 가격 반등 시기에 맞춰 주택구입을 기대하는 수요자까지 대기 수요의 관망 이유는 다양하다. 따라서 중개업계에서는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눈치보기 장세가 시장을 더 어렵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수도권의 전세가율 상승 역시 당장 수요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1기 신도시를 위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3.3㎡당 1000만원 선이 무너지고 있어 서울 출근 수요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도 내 3.3㎡당 가격이 1000만원 미만으로 내려앉은 곳은 산본, 중동, 안양, 용인 등 4곳이다. 특히 산본과 중동은 주거환경이 비교적 뛰어난 1기 신도시여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고려해 볼만하다. 안양이나 용인 역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실거주 지역으로 꼽힌다.
산본과 중동의 아파트 3.3㎡당 1000만원선 붕괴 시기는 각각 2010년과 지난해로, 현재 평균가격은 944만원과 933만원이다. 입주한지 20년이 다 되도록 리모델링 수직증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이 두 지역의 1000만원 붕괴 이유로 꼽힌다.
버블세븐에 포함됐던 용인은 지난해 결국 9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말 기준 969만원이다. 2007년 3월 1243만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인근 광교나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고 중대형아파트 위주의 공급이 많다는 점도 하락폭을 키웠다. 평촌 후광효과를 봤던 안양 역시 평촌의 가격하락과 맞물려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말 997만원을 기록했다.
일산 역시 1000만원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까지 3.3㎡당 1346만원이었지만 2010년 2분기 1200만원 선이 무너지더니 지난해 초부터 1100만원 밑으로 가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1051만원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새 정부의 시장친화적 부동산정책이 나오고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이 해소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위축된 매수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셋값 마련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전세입자라면 아파트 매매값 3.3㎡당 1000만원, 전세비율 60%대의 수도권지역 아파트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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