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한 월급을 그나마 큰 돈으로 불릴 수 있는 투자처는 역시 부동산뿐이라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지난 2007년. 이미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택 미보유자들까지 너도나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동산 투자로 '억원'을 순식간에 벌었다는 주변인의 감언이설에, 이 기회에 투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까지 작용한 탓이다.
김희은씨(가명)도 그 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2006년에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4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구입한 본인 명의의 빌라가 한채 있었지만 한번 더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재건축 예정인 지역의 빌라를 본인 명의로 3500만원의 대출을 끼고 한채 더 구입했다.
맞벌이 전문직 부부로 소득이 적지 않으니 빠른 시간 내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부부는 이제 남남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곧 있으면 재개발이 된다던 두채의 빌라 중 한채는 답보상태이고, 다른 한채는 감감무소식이다. 부부의 이혼은 두채의 빌라를 고스란히 김희은씨의 몫으로 남겼다.
이혼의 상처와 부동산 투자 실패에 비관한 김희은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두채의 빌라 중 2006년에 매입한 빌라는 재건축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적극적으로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는 것이 좋다. 유동성을 충분히 가진 투자자라면 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되길 기다려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빨리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상황으로 봐서 매수자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매수자가 나타났을 때는 매수자가 원하는 적정한 선까지 가격을 낮춰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택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양신청·분양계약 등을 하지 않을 경우 현금청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김희은씨처럼 추가 분담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조합원의 경우에는 현금청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미 1차 현금청산 시기는 지났으니 올해 3월께 예정된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는 시점에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조합원의 권리가 자동 박탈된다.
감정가의 50%는 조합원 이주시기에 재건축조합 측에서 지급한다. 그 돈으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3500만원을 반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마이너스대출 잔액을 상환하기로 했다. 감정가의 나머지 50%는 입주시점에 돌려받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소비지출 통제
김희은씨의 경우 이혼과 부동산 투자 실패 탓인지 소비지출 구조가 무분별하고, 과소비하는 경향이 많았다. 급기야 마이너스대출까지 받아 월 현금흐름이 최악의 상태였다.
따라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과도한 소비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통장을 ▲생활비 통장 ▲비정기 통장 ▲비상 통장 등 세개로 쪼갰다. 생활비·비정기 통장은 각각의 통장별로 예산을 정해서 사용하고 정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비상 통장은 매월 50만원씩 10개월간 모아 500만원 한도로 비상예비자금을 확보하도록 했다.
가계 소비지출 중 새는 돈의 주범인 보장성보험을 전반적으로 '저비용&고효율'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변경 전 납입보험료는 총 5건의 보험에 17만원이었는데, 변경 후에는 총 3건의 보험에 매월 8만7000원으로 월 보험료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보장내용은 강화했다. 보험 해약환급금으로 마이너스부채를 일부 상환했다. 또한 매월 소비지출에서 줄인 금액으로 매월 110만원씩 마이너스부채를 상환하기로 했다.
본인자금에 맞게 무리하지 말고 투자하라
부동산은 민감도 측면에서 상당히 둔한 편이다. 따라서 호재가 반영돼 빛을 보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요새같은 불경기에는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리한 투자는 조급함을 낳게 되고 그러다보면 라이프사이클 자체가 헝클어져 각박해질 수 있다. 본인 자금에 맞지 않게 투자할 경우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러한 고비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일 때 일본사회를 관통했던 말이 있다. '빨간 불이라도 모두가 건너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빨간 불일 때는 반드시 서야 한다. 재무설계의 출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최악의 리스크부터 가정하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같은 실물투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김희은씨는 재무상담을 통해 빨간 불 앞에 멈춰 서서 과거의 무리한 투자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부터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 보기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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