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셧다운제'가 문제였다. 셧다운제 등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온갖 규제로 증시에서 홀대를 받았던 모바일게임주들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4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바일게임을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회의원들은 모바일게임을 셧다운제에서 완전 배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모바일게임주들이 반등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다시 달리는 모바일게임주
엔씨소프트, 게임빌, 위메이드, 컴투스 등 대다수 게임주들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40~50%가량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가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해 모바일 게임주는 악영향을 받았다.
모바일 게임주의 터줏대감 컴투스는 지난해 10월 7만3000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더니 1월 말에는 3만6600원까지 하락했다. 게임빌 역시 14만2700원까지 올랐다가 1월 말 9만원으로 하락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위메이드 역시 지난해 10월 6만8400원까지 찍었으나 1월 말에는 3만68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월 들어 게임주들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주의 주가상승을 견인한 것은 모바일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유보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유보가 발표된 지난 4일 게임빌의 주가는 전일 대비 2.5% 상승했다. 또 컴투스는 1.7%, 바른손게임즈는 5.3% 올랐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모바일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일단 벗어나면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온갖 규제 이슈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규제안들은 현실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데다 게임규제 법안의 철회 얘기도 거론되는 등 규제강도 완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양호한 실적도 게임주의 주가상승을 돕고 있다. 14일 게임빌의 주가는 전일 대비 3.32% 상승한 9만3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이후 열흘만의 9만원대 회복이다. 지난 4일에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유보 영향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지난해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게임빌은 지난 13일 지난해 연간 매출액 702억원, 영업이익 2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64%, 38% 증가한 사상최대 실적이다. '프로야구', '제노니아' 등 대표 게임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한 결과다.
컴투스의 지난해 실적 역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컴투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769억원,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2%, 4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컴투스 역시 대표 게임인 '타이니팜', '컴투스프로야구2012' 등이 히트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양사는 올해도 신규 게임을 추가하면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장세 믿어 의심치 않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게임주, 특히 모바일게임업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외 게임환경이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중심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모바일게임주의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재우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톡-애니팡을 필두로 시작된 모바일메신저의 게임플랫폼화는 시장의 공급자(개발사)와 수요자(게이머)의 참여를 크게 확산시켰다"며 "올해도 모바일게임시장의 높은 성장이 가장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게임이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모바일게임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모바일게임주의 주가 흐름은 규제 리스크에 묶인 온라인게임주와는 차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바일게임의 성장세에는 이견이 없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초기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애니팡의 경우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순위 10위권 유지기간이 약 5개월 이상(161일) 지속됐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의 10위권 유지기간은 1~2개월 수준으로 짧아지는 추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바일게임은 제품 사이클이 짧아 매출로 연결되는데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기존 인터넷게임업체들도 모바일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가상승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게임빌을 업종 탑픽으로 추천했다. 이창영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짧은 매출수명주기를 보이는 현재의 모바일게임시장 상황에서 1인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게임빌의 실적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재우 애널리스트도 "경쟁심화에도 불구하고 분기실적 성장을 구가하는 게임빌의 게임퍼블리싱 능력 검증과 LINE 등을 통한 해외시장으로의 지속적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빌은 세계 최고수준의 개발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성공한 RPG, SNG(소셜네트워크게임)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셧다운(shutdown)제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일명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다. 2011년 5월19일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조항으로, 2011년 11월20일부터 시행됐다. 셧다운제의 골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 6시간(오전 0∼6시)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 인터넷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원천 차단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