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평가되던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좌초됐다.

총 투자비가 31조원 규모로 들어갔던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드림허브프로젝트(이하 드림허브)가 59억원의 은행이자를 납입하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경고가 있었다. 신용보강을 선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7조원의 처분이익반영 완료로 향후 드림허브 부도시 자본 일부잠식 가능성 및 상환대금 조달로 인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결국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면서 부도설이 끊이지 않았다.

◆ 드림허브, 어쩌다가…

 
코레일은 지난 8일 드림허브의 부도를 막기 위해 대한토지신탁이 보관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액 257억원 중 일부인 64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토지신탁이 입금을 해주면, 이번 만기 연장과 관련된 이자가 마련돼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하는 듯했다. 이미 인수확약서 등 모든 서류가 준비된 상황이었다.


이후 자산관리위탁회사(AMC)와 대한토지신탁이 협의를 통해 지난 12일 오후 6시경 코레일이 지급보증한 64억원에 대한 지급을 합의했으나, 지급보증 등 세부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급이 결렬됐다.

사실 드림허브 사업의 불확실성이 언급된지는 꽤 됐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침체된 영향과 출자사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개발방식과 추가출자, 지분 보유 여부 등에 대해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인 롯데관광개발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부동산 경기와 사업규모를 감안할때 사업 축소 및 단계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긴 했으나,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갈등이 이어지자 유동성 및 자본 확충을 위한 노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의 부도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한국철도공사가 신용보강에 나섰지만 재무여력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았다.

그런 상태가 이어지며 연간 400억원에 달하는 토지중도금반환채권 이자비용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결국, 31조원 규모의 사업이 52억원의 은행이자를 갚지 못해 최종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놓였고, 은행권이 납부 기한을 이날 정오까지 연장했지만 부도를 모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어음을 포함해 8차례에 걸쳐 발행한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ABCP 전부가 부도 처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투자자들, 피해 없을까
 
이화진 키움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출만기일과 실질만기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부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토해양부 또한 "이번 사태가 코레일 본연의 임무인 철도운송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검토하기 위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디폴트에 불과하며 당장 파산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3월12일은 드림허브 대출 만기일이며 실질만기일과는 3개월 이상 차이가 있다. 즉 실질만기일까지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ABCP의 부도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보통의 경우 대출 만기일과 실질 만기일이 일치하기 때문에 대출만기일에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나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현재 드림허브ABCP 투자자는 이미 발행시점에서 선이자를 선취했고, 만기일(6월12일)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금상환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드림허브가 대출만기일에 차환 및 신규발행을 위한 선이자가 있고, 인수확약기관이 있을 경우 ABCP의 대출만기일은 만기일까지 자동 연장되고 6월12일 만기에 상환요청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금번 드림허브는 인수확약기관이 있었고, 해당 만기 건에 대한 이자지급 금액을 확보했으나 최종 협상 결렬로 만기연장에 실패했다고 보도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출만기연장이 실패하고 드림허브가 부도 날 경우, 투자자는 신용보강기관인
코레일을 통해 상환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ABS는 기한이익상실사유 발생시 만기일(185일 이내)까지 담보자산 처분을 통해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으나 ABCP의 경우 원금 상환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드림허브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2011년 결산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코레일(지분율 25%), 롯데관광개발(15.1%), 케이비웰리안엔피사모부동산 투자회사 제1호(10%), ASPF II Meguro TK GmbH(7.7%), 삼성물산(6.4%),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 사모투자회사 이십삼호(4.9%), SH공사(4.9%), 삼성생명(3%), 삼성SDS(3%) 등 총 30개 법인이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출자자는 전략적 투자자로 롯데관광개발, 삼성SDS, KT&G, 미래에셋자산운용, CJ, ㈜호텔신라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재무적 투자자로는 푸르덴셜부동산투자, KB자산운용, 삼성생명, 삼성화재해상보험㈜, 우리은행 등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투자자는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태영건설, 두산건설, (주)한양, 남광토건, 반도건설, 유진기업, 계룡건설, 삼환기업, 우미건설, 삼성에버랜드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투자자로는 SH공사와 코레일이 있다.


드림허브 투자자 목록. 출처 : 드림허브 홈페이지·키움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