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일산 장항동 라페스타거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길을 따라 조성된 특수상권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스트리트 상권'이라 불리는 이들 상권에 속한 상가들은 데이트 및 휴식, 나들이와 쇼핑을 겸하는 이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형 상가들도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가로수길 등 유명 스트리트 상권을 본 따 만들어진 스트리트형 상가가 바로 그것이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스트리트형 상가는 대표적 수익형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최근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대안모델로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도 스트리트형 상가 분양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단일 고층빌딩 구조가 한동안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길을 따라 저층 상가를 배치하는 스트리트형 상가의 분양이 활발하다. 특히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입점 및 개장에 나서는 곳들이 몰려있다. '제2의 가로수길'을 표방하고 나선 이들 스트리트형 상가의 현황과 경쟁력을 심층 분석해봤다.

 

◆위로는 이제 그만, 탁 트인 거리가 대세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대표적 스트리트형 상가는 송도 국제업무지구에 위치한 '커낼워크'다. 전체 길이 780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스트리트형 상가 커낼워크는 지난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이후 불어온 훈풍에 힘입어 주가를 높이고 있다.


커낼워크는 폭 5m, 깊이 30~90cm, 길이 540m의 중앙수로가 있는 유럽식 스트리트형 상가와 오피스텔로 이뤄진 복합상업시설이다. 353개 점포 규모(5만4726㎡)로 한해 5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3만3500㎡)보다 약 1.6배 넓은 규모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을 맡아 지난해 8월 커낼워크 개발사업자 및 상가 소유주 등과 커낼워크 내 254개 점포에 대한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유령 상가'라고 불리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커낼워크 내 상가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오는 4월 말 프리미엄 아울렛 'NC 큐브'가 개장하며, 올 상반기 중으로 커낼워크1블록 봄동에 인천 최초이자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3172㎡)의 시내 면세점이 들어선다.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그동안 쾌적한 주거환경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송도 상권을 송두리째 바꿀 호재"라고 입을 모았다.

3월 말 개장하는 '아브뉴프랑 판교'도 주목할 만하다.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이곳은 분양이 아닌 100% 임대를 통한 직영체제로 운영된다. 프랑스 거리를 모티브로 한 이국적인 풍경을 내세워 기존 상권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아브뉴프랑 판교는 2만7544m²의 공간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은 200m 길이의 내부 스트리트가 조성됐으며, 좌우측으로 광장과 쉼터 등이 배치됐다. 내부 거리에는 빕스·크라제·커피빈·디팩토리·티콜리노 등 식음료 및 패션·잡화 브랜드가 대거 들어선다. 현재 약 40여개 브랜드들이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밖에 GS건설이 지난해 서울 합정동에 선보인 '메세나폴리스'나 올 11월 완공 예정으로 현대엠코가 상봉동에서 분양 중인 '이노시티' 등 '제2의 가로수길'을 표방하고 나선 다양한 스트리트형 상가들이 투자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수익형 상가 투자자들도 '관심 집중'

렇다면 이처럼 스트리트형 상가로 수익형 상가의 트렌드가 옮겨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 책정으로 인해 투자 수익성을 잃어버리면서 투자자들이 스트리트형 상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최근 추세를 첫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5.95%로 전년대비 0.06%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5.5%, 경기 5.97%로 최근 4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트렌드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상가분양 전문가는 "미적 감각을 중요시하는 쇼핑 이용객들이 늘면서 일정한 테마를 가지고 쾌적한 근린공간까지 제공하는 스트리트형 상가가 기존 단일 고층형 상가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이용자들에게만 각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가 입점을 노리는 임차인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브뉴프랑 판교에 입점하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고층의 경우 들어서는 업체 입장에서도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위험성이 높지만 스트리트형 상가는 3층 이내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성공 선례 없어 불안요소 무시 못해

양한 스트리트형 상가들이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과 함께 쏟아지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하기에는 몇가지 위험요소들이 남아있다.

우선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낳은 선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요소다. 2011년부터 수도권 신도시를 기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적었다는 점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출발부터 파리를 날리는 곳들이 적지 않다.

높은 분양가 책정에 대한 부담도 있다. 스트리트형 상가의 경우 저층에 위치한다는 입지적 메리트 때문에 기존 박스형 상가보다 분양가가 약 20%가량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변보다 높은 분양가로 인해 '임대료 상승→수익률 감소→공실률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말로만' 스트리트형 상가인 것은 아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동선을 따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이용자들의 구매력을 바로 이끄는 것이 스트리트형 상가의 본래 목적이지만 이에 상응하지 못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상가부문 관계자는 "'제2의 가로수길'이라는 식으로 광고를 해놓고는 실제로 가보면 보행자의 사각지대에 상가들이 즐비한 엉터리 설계로 지어진 상가도 많다"며 "스트리트형 상가의 경우 들어서는 점포들의 자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근린·문화시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층의 접근성이 유효한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