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희자매’로 데뷔한 이래,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로 군림해온 가수 인순이. 지금까지 14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해 총 19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34년 동안 가수로 정열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재작년에는 모 방송사의 노래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 보다 더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다. 2006년에는 <여성신문사> 주최 ‘미래의 여성 지도자상’을 받으며 여성 리더로서의 입지도 구축했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칠 것 같은 그녀이지만 그 역시 딸 앞에서는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딸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데,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 대한민국 둘째 가라면 서러울 ‘딸바보’다. <딸에게>라는 노래를 만들 정도로 애정이 각별했던 인순이는 노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제목답게 책에는 딸을 향한 그의 애정이 잔뜩 묻어난다. 늦게 낳은 만큼 소중했던 딸이기에 육아 과정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모두 메모로 남겼다고 한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라 잊고 싶지 않았던 메모 속의 이야기와 꿈,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 담았다.

책에는 딸아이가 자신의 외모를 닮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 ‘혈관종’이라는 낯선 병명을 가진 아이의 곁에서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던 기억, 가수라는 신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대기에 아이를 들쳐 업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억척스런 엄마의 모습 등 ‘가수 인순이’가 아닌 ‘엄마 인순이’의 조금 생소한 모습이 담겨있다. 사실 어쩌면 너무 개인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가족사일 수 있는 일들이지만 저자의 기억 속에는 그 하나하나의 일들이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아마도 그건, 사랑 때문일 것이다. 딸에 대한 깊은 사랑, 바로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이면 충분히 공감할 ‘엄마의 마음’이다.

한편 책에서 저자는 다문화 1세대로서 사회적 편견과 소외에 맞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이유, 이 땅에서 다문화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저자 본인의 아픔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는 “제가 딸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나눠 주는 ‘희망엄마’의 자격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듬어 안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한참을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 후회할 수도 있지만 후회하더라도 가보겠습니다. 중년의 터널에서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여러분과 함께 용기 내고, 또한 격려 받기 위하여 이 책을 펴냅니다”라고 솔직한 출간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가수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꿈대로 ‘희망엄마’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들들이 본다면 ‘왜 딸 얘기만 해?’라고 조금은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무뚝뚝한 아들들에겐 ‘엄마’ 인순이의 직접적인 애정공세가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으니 너무 섭섭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의 책을 통해, 자식으로서 그 동안 잘 몰랐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 또는 같은 부모로서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에 공감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순이 지음 | 명진출판 펴냄 / 1만 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