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STX그룹이 금호아시아나에 버금가는 강력한 구조조정 파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주력 계열사만 지키고 나머지는 버릴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STX그룹의 대주주 지분 위임, 경영권 보장, 핵심계열사 회생 여부 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이르면 5월 말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지분 사실상 포기


강덕수 STX 회장은 STX조선해양 지분에 대한 권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강 회장은 지난 25일 긴급자금 60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주식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 구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며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STX 관계자는 “지분이 상당 부분이 담보로 잡혔다는 것은 강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뜻”이라며 “담보로 잡힌 지분의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개인 자격 및 본인 소유 특수 관계사 포스텍을 통해 지주사 STX의 지분 32.96%를 갖고 있다. STX는 STX조선해양 지분 30.58%를 가진 최대주주다.

◆‘백의종군’ 강덕수 회장, 경영권 위임?

강 회장은 그룹 회생을 위해 자신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TX 관계자는 “경영권 포기 등에 대해서는 채권단 쪽에서 나온 얘기로 알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되거나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경영권을 유지해주면서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긍정적인 검토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채권단은 구조조정 수순에 따라 강 회장이 경영권은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식은 이르면 5월 말에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실사기간을 한 달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6월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

◆수직계열화 암초 피할까

STX그룹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되면 계열사인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선박 부품을 공급하는 곳으로 수직 계열 관계에 놓여있는 STX조선해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STX의 조선 사업부문은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으로 구성돼있으며 그룹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두 회사에 대해 매각까지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TX그룹 측은 STX중공업과 STX엔진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안들이 나오다 보니 다양한 옵션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STX 관계자는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사업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며 “이는 8~9개월 전 재무개선 협약 체결시 나온 여러 가지 안 중 하나로 당시 마땅한 매수자가 없어 바로 접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