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창업 신화 '김가네'

30평대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하루 매출 70만원인데도 울상이다. 매장 규모가 커 월 임대료 400만원과 인건비 600만원, 원재료비 840만원에 광열비, 보험료, 카드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기 때문이다.

중대형 평수의 경우 매출액을 높이지 않으면 손익 분기매출액이 높아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10평형 점포는 임대료나 인건비 등이 적게 들어 낮은 매출에도 알찬 소득을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불황을 맞아 10평형 점포가 재조명 받고 있다.


10평형 점포는 우선 평수가 작아 인테리어 설비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 투자비가 적게 든다. 큰 평형 점포에 비해 점포 양도·양수도 원활한 편이다. 매장 규모가 작으므로 창업자가 아르바이트 1명 정도만 데리고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가 적게 들고 임대료를 비롯한 각종 관리비 역시 적게 들어 불황기에 알맞다.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테이크아웃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어 작은 점포들은 포장이나 배달을 통해 매출을 높이기도 쉽다.

◇10평 대표 업종 '분식업'

10평 안팎 규모의 대표업종으로는 분식업이 꼽힌다. 10평이면 주방에 테이블 4~5개를 놓을 수 있다. 분식의 경우 일반 전문음식점과 달리 하루 종일 고객이 드나들고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이 많아 매장 규모 이상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1994년 대학로에서 출발한 '김가네김밥'은 즉석김밥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430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오픈시킨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이다. 창업비용은 가맹비 500만원을 포함, 33㎡기준 4300만원이다.

분식전문점의 특성상 사계절 내내 비수기가 없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고른 수익창출이 가능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아우르는 메뉴와 대중적이고 친근한 분위기가 김가네의 안정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다.

소규모 창업 및 프랜차이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사의 체계적인 지원관리시스템이 가맹점의 지속적인 고객 유입과 장기운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견인한다.

김석용 김가네 사업부장은 "김가네는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아 창업 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며 "매출 안정곡선으로 접어드는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창업자의 만족도와 창업성공률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목적형 고객 확보해 시간 분배하라

젊은 창업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는 소자본 창업은 미니 카페다. 5~10평 안팎의 커피숍들은 유명브랜드 커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건다.

'컵독스 커피'는 커피에 피자를 결합시킨 피자 카페다. 일반 커피숍과 똑같이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커피를 뽑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피자 메뉴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고르곤졸라를 비롯 갈릭피자, 스테이크 피자 등 피자 메뉴만 10여가지로, 가격은 7000~8000원대. 커피 4잔과 피자 한판을 즐기는데 2만원이 채 안든다. 그중에서도 찹쌀로 피자도우를 만들어 쫄깃한 맛이 일품인 떡피자가 대표메뉴다. 푸드코트에 입점할 경우 5평이면 창업이 가능하고 오피스가에서는 10~15평 규모로 창업할 수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개인 커피숍들도 8~10평 규모의 매장을 선호한다. 혼자 운영할 수 있는 데다 테이크아웃을 강화하면 테이블 수와 무관하게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다.

10평 매장이라고 해서 꼭 테이크아웃 메뉴만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파스타는 물론 돈부리, 일본식 생라멘전문점도 10평대 매장이 등장했다. 인토외식산업에서 운영하는 파스타전문점 '까르보네'는 전문조리사 인건비를 줄인 '패킹시스템'을 도입, 주방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창업비용은 10평 기준 가맹비, 초도물품, 주방기자재,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총 5900만원(점포구입비 제외) 선으로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복합화·테이크아웃으로 매출 극대화

전국에 1800여개 매장을 가진 '크린토피아'는 세탁편의점과 코인빨래방을 결합한 멀티세탁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멀티숍은 고객이 세탁물을 매장에 직접 맡기면 공장에서 세탁을 한 후 고객이 매장에 와서 세탁물을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세탁소보다 세탁가격이 저렴해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코인 물세탁을 결합한 업종은 15~20평 규모의 경우 점포구입비 포함 1억원 안팎의 투자로 창업할 수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은 소형점포가 제격이다. 최근에 뜨고 있는 닭강정의 경우 5~10평 매장에서 창업하는 게 특징. 대부분의 고객들이 포장구매를 하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줄줄이꿀닭', '가마로 닭강정', '부뚜막강정' 등이 있다. 일반치킨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다.

컵으로 판매하는 1000~3000원대 메뉴부터 반마리와 한마리를 6000원~1만원대로 다양한 가격에 판매해 불황기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닭은 술과 함께 먹거나 배달시켜 먹는다는 인식과 달리 간식으로도 즐길 수 있게 만든 점이 닭강정의 성공비결. 닭강정전문점의 창업비용은 10평 기준 1000만∼4000만원(점포구입비 제외)으로 브랜드 별로 차이가 난다.

가마로강정

◇불황기엔 규모 줄여라

불황기 창업전략의 절대원칙은 창업비용 절감이다. 소형매장의 경우 점포구입비는 물론 인테리어 등 개설투자비도 줄일 수 있다. 이런 항목에서 아낀 비용을 운영자금으로 비축함으로써 각종 파동, 원자재 상승, 매출 하락 등 여러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파악하고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합리적 운영원칙도 세워두자. 10평 매장의 경우 매출, 재고, 손익, 인건비 등이 한 손바닥 안에 파악되므로 합리적 운영이 더욱 용이하다.

승부의 관건은 경쟁력이다. 소형매장의 경우 집객력이 약하다. 따라서 테이크아웃 메뉴를 강화하거나 꾸준히 고객이 몰릴 수 있는 메뉴와 저렴한 가격 등을 실현해야 한다. 외식업이라면 맛, 서비스업은 서비스, 판매업은 가격 등의 기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10평 매장의 단점도 있다. 음식점이라면 5명 이상 단체고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의 쾌적함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중대형 평수를 선호한다. 매장이 작아 전문점 이미지를 주기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때문에 10평 매장의 경우 철저하게 브랜드력과 전문이미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품질력을 높여서 쾌적성이 떨어지더라도 품질이 좋다는 평판을 얻어야 한다. 더불어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을 적절히 활용해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