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현생인류 출현 이후 수 만년, 그리고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 수천년간 30세 안팎에서 거의 변하지 않던 인류의 수명이 불과 10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가히 혁명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만 해도 1900년대 초반 30대였던 평균수명이 1970년대 60대를 넘기고, 현재는 80세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태어나고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미 청·장년기에 접어든 사람들까지도 100세까지 사는 것이 흔한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소위 100세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고령화와 함께 최근 겪은 또 다른 큰 변화는 바로 우리나라의 위치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물질적 여유와 풍요의 수준이 불과 한 세대(대략 30년) 사이에 크게 변한 것이다.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1인당 총소득이 200달러를 겨우 넘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였지만, 현재는 선진국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2만 달러를 넘어서 작년 기준으로 2만2500달러가량으로 급성장했다.
우리는 한 세대 만에 매우 오래 살게 됐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풍족해진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서드에이지는 변화의 연속, 제2의 사춘기
제3연령기쯤으로 풀이되는 서드에이지는 은퇴나 40세 이후 대략 30여 년을 지칭하는 시기로, 과거 평균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절에는 워낙 짧은 시기여서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먹고 살기 바빴기에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오래 살고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기로 인식되고 있는 것.
서드에이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의 시기와는 달리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즉 이전의 시기가 주로 타인에 의한,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면 서드에이지부터는 주로 자아지향적인 삶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제 1연령기(First Age)에는 주로 부모와 사회로부터 교육을 받게 되고, 제 2연령기(Second Age) 에는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는 가정과 사회 양 측면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크게 증가하는 ‘일과 가정을 위한 시기’로, 자아라는 존재를 뒤로 미뤄두고 조금은 정신없이 살게 된다.
이렇게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하고 회의감을 갖기도 하면서, 미뤄뒀던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샘솟게 되는 것.
하지만 그동안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은퇴, 가정에서의 위상 변화 등 외부의 환경도 변화하는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기를 '제2의 사춘기'라 하기도 한다.
따라서 욕구를 실현하기에 앞서 다양한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일’ 일방적인 삶에 ‘여가’의 삶을 조화시켜야 하며, ‘타인(가족)을 위한 일’에서 ‘자신을 위한 일' 사이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가족을 타인으로 표현한 점이 한국적 정서에서는 거북할지 모르겠지만, 그 가족을 위해 자신을 잊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가족 역시 자아에 대비되는 타인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같이 증가하는 자살률이 보여주듯 상당수 사람들에게서 비관주의적인 사고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를 낙관주의적 사고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드에이지는 생리·심리·사회·욕구적 측면의 혼란과 이 혼란의 수습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조화와 균형을 이뤄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과 자아실현이 가능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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