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정신병자'.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어감이 썩 좋지는 않다. ‘정신질환자’정도로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지는데,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조금은 비하하는 듯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거부감이 확인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이미 보편화된 질병이다. 18세 이상 성인 3~4명 중 1명 정도(27.6%)는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을 제외할 경우에는 7명 중 1명 정도(14.4%)가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과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이 정도면 자신의 친구 중 한 명 이상은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친구 중 한 명은 정신병자?


정신질환의 심각성은 이들 중 상당수가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하고, 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자살생각을 한 경우의 57.0%, 자살시도를 한 경우의 75.3%가 1개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즉 정신질환을 않고 있는 경우 반 수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뜻으로, 정신질환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부문이다.

제공=우리투자증권100세시대연구소
매우 흔한 병이 된, 그리고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신병, 별로 치료할 생각 없어

부정적 느낌을 주는 ‘정신병자’란 표현이 시사하듯, 정신질환에 걸려도 그냥 쉬쉬할 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 경험자 중 정신과 전문의나 기타 정신건강 전문가를 통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의 비율이 불과 15.3%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에 걸려도 85% 가량의 사람이 그냥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선진국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실태와 비교해 보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는 39.2%가 정신질환에 걸렸을 경우 치료에 나섰고,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40% 가까운 사람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들 나라의 수치는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평생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더 크게 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 생활 가까이 있는 정신보건 서비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표적 무료 정신보건 서비스인 ‘정신보건센터’의 경우 29.3%만이 그 존재여부를 알고 있었다. 10명 중 7명은 그 존재를 모르고 있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신보건센터를 앞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은 67% 가량 되지만, 이용할 의향이 없다는 사람도 만만치 않아서 정신질환을 병으로 여기지 않거나, 터부시하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정신질환도 분명히 병이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도와주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관련 서비스가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주위에 널린 정신건강 지원 서비

[정신보건센터] 정부(보건복지부)가 시•군•구별로 운영하는 대표적 정신보건 서비스 기관이다. 전국에 160개 이상이 현재 설치•운영 중이며, 서울에는 각 구마다 모두 설치돼 있다. 각 센터에는 정신보건간호사나 정신보건사회복지사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상주해, 지역주민의 정신질환 예방, 발견, 치료, 상담, 재활, 관련기관 소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1577-0199로 전화하면 살고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센터로 연결돼 관련 서비스를 상담받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블루터치(www.blutouch.net)’란 정신건강 브랜드를 만들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www.familynet.or.kr)는 여성가족부가 주도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가족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와 관련해 상담받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특히, 신혼기, 중년기, 노년기 등 생애주기에 따라 발생되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의 해결을 통해 정신건강의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그 외 건강문제(신체질환, 조울•정신분열 등 정신질환), 경제문제, 폭력문제, 성문제, 관계갈등 등 가족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상담이 가능하다. 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자녀양육, 가족부양, 가족교육, 가족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577-9337로 전화하면 역시 가까운 센터로 연결돼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 각 구마다 모두 설치돼 있으며, 전국에 149개가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