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미가할매>를 방문했다. 첫방문이다. <미가할매>의 기본 콘셉트는 ‘세미한정식+육류구이’다. 필자가 먹은 것은 ‘즐거운 코스’로 3만5000원짜리 코스 요리다.

메뉴판에는 ‘숯불구이+ 6품 요리+전골(식사)’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나오는 순서는 6품요리+숯불구이+ 전골 순이다. 다른 한정식집 혹은 구이집과 다른 점은 마지막에 전골이 나온다는 것이다.


◇ 15년 내력의 신림동 유명 한식당 <미가할매>
가장 먼저 전채인 흑임자죽이 나왔다. 전채요리로 적절한 구성이다. 새우를 갈아서 넣은 전병도 괜찮은 편이다. 이 식당 음식은 전체적으로 염도가 높지 않다. ‘저염 콘셉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미가할매>는 한정식집 <바달비>와 같은 계열이다.
토마토 샐러드는 소스의 밸런스가 적당하다. 치즈 한 덩어리를 넣었다. 딱 여성고객이 좋아할 음식코스다. 호박 요리도 나온다.

새싹인삼도 의외로 맛깔스럽다. 삼색전, 전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 깻잎전은 특히 입맛을 돋운다. 전을 맛보고 이 집 음식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체적으로 상품력은 우수한 편이다.

가지 말이 냉채가 한입 크기로 나온다. 깔끔하면서 산뜻하다. 함께 동행 했던 입맛이 아주 예리한 회사 직원이 음식이 깔끔하다고 평가한다. 대하구이는 큼직한 볼륨감과 적절한 양념 맛이 잘 어우러진다.


<미가할매> 코스 요리는 원래는 12품인데 축약을 해서 6품으로 줄였다고 한다. 올바른 방향을 선택했다. 최근 분명히 가짓수가 많이 나오는 정통 한정식집 트렌드가 꺾이고 세미 힌정식 개념이 강화되는 추세다.

◇ 상품력 우수하지만 육류구이 메뉴 살짝 아쉬워
메인은 양념소갈비로 수원식 소금양념이고 원육은 호주산이다. 1인당 220g이다. 수원식 소금양념은 수원을 벗어나면 타 지역에서는 맥을 못 추는 취약점이 있다. 단언하건데 양념은 간장양념이 경쟁력이 있다.

간장은 당기는 맛과 감칠맛 그리고 중독성이 있다. 간장은 단맛이 있어 불맛과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한국 외식역사에서 소갈비구이는 가장 폭발적인 아이템이었다. 1990년대에는 중산층들이 정말 소갈비를 많이 소비했다. 대부분 미국산이었다. 그 당시에 소비했던 소갈비 중 거의 대부분이 양념육(간장)이었다.

필자는 현재 육류, 특히 소고기와 가장 잘 맞는 소스가 간장(소유)이라고 확신하다. 그래서 우리 불고기와 갈비, 일본 야키니쿠가 육류구이 음식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재중동포(조선족)들이 퍼트린 조선족 불고기 ‘카오로우(烤肉)’도 간장을 기본 베이스로 한다.

이곳은 숯불을 사용한다. 하향식 로스터로 화력이 강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인천 <태백산>이나 <화동갈비> 등의 성공 요인 중 핵심은 강력한 화력(화로)이다. 소금양념은 담백하지만 역시 흡인력이 약하다.

필자를 비롯해 음식에 대해서 다소 안목 있는 사람에게 갈비양념을 선택하려면 90% 이상 간장양념이다. <미가할매>에서 소금양념을 사용하는 것은 숯불 화력이 약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안일 것이다.

고기와 같이 나오는 샐러드도 준수한 맛이다. 백김치의 숙성도도 양호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절임류. 무와 양배추, 깻잎을 포개서 담갔다. 고기와 곁들이면 아주 괜찮은 궁합이다. 소고기와 깻잎은 적합한 음식 궁합이다. 깻잎은 칼슘과 철분, 비타민A·C가 풍부하다. 소고기와 깻잎을 함께 먹으면 영양 밸런스가 맞는다.

◇ 회전율과 평일 저녁 매출이 관건
마지막으로 동냄비에 제공되는 해물전골은 화룡점정격이다. 개인적으로 된장찌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런 전골을 제공하면 전체적인 가치가 모두 높아진다. 또 육류구이를 먹고 난 후라 느끼한 입안을 다스려준다. 이 해물전골은 고객에게 강력하게 각인된다. 특히 여성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음식관리를 잘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력이 오래된 만큼 음식에 대한 펀더멘탈(Fundamental)이 단단한 음식점이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상권 상 점심에는 주로 여성 고객 중심이고 회전율이 낮다는 취약점이 있다. 또 정식 중심으로 추가 주문이 거의 없는 편이다. 식당 입장에서는 추가 주문이 없으면 매출 증진에 한계가 있다.

평일 점심시간대는 주로 여성고객들이 최소 2시간 이상 머무는 것은 기본이다. 예상한대로 다른 룸을 보니 주로 중산층 중년 여성 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식사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니 장기전 태세다. 즉 오래 머문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점심매출이 저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가 건물이고 주차 시설도 확보돼있는 상태며 음식 구성도 수준급이기에 콘셉트 변화를 통해 고객과 불특정다수에게 특별한 음식점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포지셔닝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강남 등 구매력 있는 상권에서는 오히려 이런 레벨의 음식점이 드물어서 콘셉트와 상품력을 그대로 강남 상권으로 이전하면 훨씬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만큼 <미가할매>의 상품력은 수준급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성비’는 더 저렴한 점심 코스를 시식해본 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육류한정식도 한우생고기나 수입 갈비 대신 언양식 석쇠 불고기, 떡갈비 같은 메뉴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비선호부위 활용으로 원재료비에 강점도 있고 불고기류는 여성고객이 더 선호한다.

평일 저녁 시간대는 와인과 연결하는 프로모션도 유효할 것이다. 모 외식기업에서 하는 고깃집도 와인 콜키지 프리(Corkage free)가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미가할매>는 한식당이지만 개별 룸 중심으로 구성되어 와인을 접목하는데 매우 유리한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육류구이의 경우 추가 주문이 가능한 메뉴와 판촉 시스템을 강력하게 도입해야 한다.

<미가할매> 인근에 유명 대형 외식업소가 있다. 그 업소의 상품력은 객관적으로 중간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단한 마케팅과 판매촉진을 통해서 경이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미가할매>의 상품력이 분명 두 단계 이상 앞선다.

‘절묘한 가격 책정’과 ‘강력한 인식 싸움’을 통해서 브랜드와 매출을 현저하게 증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