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스드메 패키지' 소비자에 부담 전가 다반사…현금영수증 달라하면 "웃돈"
#1. 스드메 결제할 때 다들 부가세 내세요? 20만원 넘는 돈이라 아깝네요.
#2. 현찰 내고 현금영수증 발급 안하면 깎아주더라고요. 카드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 받으면 부가세 내야 된다고 해서 그냥 현금으로 냈어요.
#3. 카드결제하면 자기네들이 세금 많이 낸다고 현금 결제하래요. 이해는 가지만 불공정한 것 같네요.
#4. 나중에 연말정산 받으려고 현금영수증을 달랬더니 원래 금액보다 10%나 더 받네요.
#5. 현금영수증 달라고 했더니 부가세를 별도로 입금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런 거 따로 요구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결혼준비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들이다. 웨딩컨설팅업체 등 '스드메', 즉 스튜디오와 드레스업체, 헤어·메이크업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을 하면서 수익을 챙기는 곳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대부분이다.
특히 위 내용처럼 주로 결제부분과 관련한 문의가 많은데, 중개업체들이 카드결제를 기피하고 현금을 받으려 한다는 점, 현금영수증을 받으려는 고객으로부터 부가세 명목으로 부당하게 웃돈을 받아 챙기고 있다는 점에 예비부부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금만 받는 웨딩업체의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번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행은 아직도 말끔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논현동, 신사동 일대 중개업체들을 찾아 상담을 의뢰했다. 그 결과 소수의 플래너를 두고 있거나 아예 플래너가 없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웨딩로드'인 청담동 한복판에서 버젓이 현금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현금영수증 웃돈 주고 발급받아야
지난 8월20일과 21일 이틀간 청담동, 논현동, 신사동 일대에서 '스드메 패키지' 중개업체 7곳을 무작위로 방문해본 결과, 이 중 3개 업체가 카드가와 현금가를 달리 적용하고 있었다.
이들 3개 업체는 현금결제 시에는 없어지고 카드결제 시에는 생기는 이상한 부가세를 '스드메 패키지' 최종 견적의 10%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다. 더욱 이상한 것은 현금결제를 하고도 현금영수증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것.
간판도, 별도 홈페이지도 없이 15명의 웨딩플래너가 네이버 카페를 통해 모객을 하고 있는 B사가 대표적이다.
'스드메 패키지'를 보러 왔다고 했더니 B사 플래너는 "제휴관계에 있는 스튜디오, 드레스업체, 헤어·메이크업업체를 이용하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준비할 수 있다"며 한시간 정도 상담을 진행한 후 '현금가' 패키지 견적을 뽑아줬다.
카드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으니 "그럼 다시 견적을 뽑아야 하는데 카드가에는 부가세 10%가 붙어 현금가보다 비싸진다"며 "꼭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면 계약금만 카드로 내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하라"고 강권했다.
이 업체에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것은 패키지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뿐이다. 중도금과 잔금은 고스란히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현금영수증은 발급해주냐"고 묻자 "그렇게 하려면 현금가로 못해준다. 현금영수증을 받으려면 부가세 10%를 더 내야한다"고 답했다.
이 웨딩플래너는 "고객한테 돈을 받으면 우리도 스튜디오, 드레스, 헤어·메이크업 업체들에게 그대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현금으로 받으면 이 업체들이 계산서를 받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 룰이 있다"며 "그래서 할인이 가능한 것이고 다른 웨딩업체들도 다 똑같다"고 말했다.
신사동에서 8명의 플래너를 두고 '스드메 패키지'를 판매하는 S사 역시 현금장사를 하고 있긴 마찬가지. 이 회사 관계자는 "물론 카드도 받지만 '스드메 패키지'를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가에 10% 부가세가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라"며 "현금영수증이나 카드결제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무조건 부과세를 더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상 현금영수증 발행 시 별도의 웃돈을 부과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청담동에서 웨딩플래너 없이 드레스숍을 운영하는 1인 개인사업자 L웨딩업체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영업방식으로 '스드메 패키지'를 진행하고 있었다.
L사 운영자는 "패키지를 이용하면 스튜디오, 본식 촬영, 메이크업, 부케까지 180만원에 할 수 있다"며 결혼식 비용을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예비부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만한 제안을 했다.
결제방식은 카드, 현금 모두 가능하지만 카드결제 시 10%의 부가세를 별도로 더 받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게 L사의 설명이다.
◆"현금장사는 고객을 위한 것"…속내는?
현금결제를 강권하는 업체들의 변은 이렇다. 소비자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스드메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면 현금장사가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같은 업계에 발 담그고 있는 여러 업체들의 설명이다. 현금가와 카드가를 똑같이 적용하고 현금영수증 발행 시 웃돈을 부과하지 않는 중개업체들은 현금장사를 하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피해보는 고객이 속출하고, 시장 전체가 오염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청담동 소재 한 웨딩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작은 사무실 하나 얻어서 간판도 걸지 않고 포털에 카페를 개설하거나 메일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현금 장사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업체들 중에는 제휴업체에 제대로 결제도 못할 정도로 현금이 부족한 소규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많다"고 털어놨다.
인근의 또 다른 웨딩컨설팅업체 플래너 역시 "'스드메 패키지'를 취급하는 업체들 중 자금이 안정적이지 않은 소규모 신생업체들이 너무 많고, 생겼다가 금방 없어지는 업체들도 많다"며 "고객들이 견적이 싸게 나온다는 이유로 현금영수증도 없이 현금결제를 하면 준비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생겨도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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