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바다의 도시 부산, 피서철 끝나기가 무섭게 영화제로 또다시 유혹하는 곳이다.

온종일 북적임이 기분 좋은 부산에서 ‘뚜벅이 여행’의 진수를 맛보기로 한다.


◆체크인, 부산

부산 좋아하는 사람 참 많다. 어떤 이는 푹 쉬기 좋다 하고, 어떤 이는 볼 것 많고, 먹을 게 많다고 한다. 누구는 바다만 보고 오는데, 누구는 신나게 돌아다니고 놀다 온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이 있는 부산이라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엔 ‘에너지가 넘치는 여행’으로 선택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배낭 메고, 걸어 다니는 뚜벅이 여행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면 어느덧 점심시간. 돼지국밥이나 밀면 한그릇 뚝딱 해치우면 체크인하기 좋은 시간이다. 배낭여행자는 어깨가 무겁다. 부산에 들어왔으니 짐부터 푸는 것이 정답이다. 뚜벅이 여행의 진수는 역시나 게스트하우스다. 보통 호텔들이 경치가 좋은 해변가에 몰려 있는 것에 비해 게스트하우스는 철저히 배낭여행자의 편의를 생각한다. 그래서 지하철역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지친 여행자를 맞이한다. 보통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에 온다면 하루는 남포동에, 하루는 해운대에 묵게 되는데, 이 또한 바쁘게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배낭여행자의 습성이 아닐까 싶다. 또한 게스트하우스마다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그곳에서 만나는 여행자들, 그들과 즐기는 시간들도 여행의 소중한 추억이 되곤 한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서비스가 매우 좋다.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편의시설도 기대 이상이다. 초창기에는 ‘게스트하우스’하면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묵어가는 도미토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세대를 가르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자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눈치 보지 않고 쾌적한 하룻밤을 보장받을 수 있다. 부산에는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여행자가 ‘부산에 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한다.


감천문화마을

◆알록달록 골목 속으로

짐을 내렸으니 본격적으로 걷기여행 시작이다. 블록 장난감으로 공들여 지어놓은 듯한 이 예쁜 마을은 감천문화마을이다. 입구에서 지도 한장을 구입하여 곧바로 쑥 내려온다. 이 마을에서 길을 찾는 방법은 골목마다 만나는 물고기를 따라가는 것이다. 물고기 입이 향하는 곳이 진행방향이니 미로 같은 마을에서 길을 잃더라도 물고기만 찾으면 걱정할 게 없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언덕길을 내려오는 중에 만나는 ‘건강탕’. 이곳은 커뮤니티센터로 감내어울터라고 한다. 목욕탕은 있지만 목욕은 할 수 없는 곳이다. 특별이 여기부터 온 데에는 이유가 다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이 예쁜 언덕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천마을은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6.25 피난민의 집단거주지로 형성됐다고 하니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소중한 장소이기도 하다. 높아진 가을 하늘 아래 작은 집들이 알록달록 한데 시야를 돌려 아래를 보면 탁 트인 바다가 “잊지 않았지? 여기 부산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동네를 조망하고 본격적으로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곳곳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과 체험 공간도 흥미롭지만 벽 사이로 널려 있는 빨래, 골목 사이로 10원짜리 화투판을 벌이시는 할머니들, 얼굴을 내밀었다가 꼬리라도 잡힐세라 달아나는 고양이, 창문을 타고 나오는 텔레비전 소리가 이곳의 생기를 더한다. 148개의 계단. 그 사이에 노인정도 있고 운동기구가 놓인 쉼터도 있다. 계단만으로도 운동이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따금씩 소금기 먹은 바람이 지쳐가는 다리와 젖어오는 이마에 작은 위로를 보낸다. 역시 이 계절에 어울리는 곳이다.

더게스트하우스

숨게스트하우스

◆후루룩 짭짭, 부산 맛보기

배낭여행자의 필수코스는 역시 시장이다. 남포동에는 시장 구경의 욕구를 지칠 때까지 충족시켜줄 국제시장이 있다. 골목마다 아리랑거리니, 깡통시장이니 하여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고, 아래쪽으로는 자갈치시장이, 위쪽으로는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다. 시장 바깥으로 이어지는 광복동 거리 또한 젊음의 활기가 푸드덕거리는 곳이다.

시장 쇼핑으로 짐을 만들기엔 배낭이 작다. 그러니 속을 채워가자. 아리랑거리에는 그 유명한 비빔당면과 충무김밥이 있다. 비빔당면은 삶은 당면에 부추, 당근, 어묵의 간단한 고명을 올리고, 고추장 소스로 비벼먹는데 매콤하고 칼칼한 맛으로 후루룩 매끈하게 잘도 넘어간다. 충무김밥은 원래 뱃사람들의 음식으로 양념하지 않은 밥을 생김으로 손가락만하게 싸고, 무, 오징어, 어묵, 부추 무침을 곁들여 먹던 것이다. 처음 먹을 때는 김밥의 심심한 맛에 목이 메이는데 곁들이는 무침들을 반찬 삼아 먹다 보면 묘한 중독성으로 어느새 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아리랑거리를 뒤로 하여 오른쪽으로 쭉 내려가면 팥빙수 골목이다. 이곳에서 화려하게 맛을 낸 도시의 빙수를 기대해선 안 된다. 드르륵 드르륵 얼음을 갈아 팥과 프루트칵테일 넣고, 우유로 마무리하면 끝. 인심 넉넉하게 고명을 자꾸자꾸 올려 주시는 정 맛이 시원한 곳이다. 국제시장 팥빙수의 유명세 때문인지 부산 어딜 가나 팥빙수 가격은 균일가, 천원짜리 3장이면 충분하다.

깡통시장으로 넘어가면 소위 ‘미제’와 ‘일제’ 집들이 줄을 섰다. 이곳에서 봉지 과자, 통조림, 화장품 등을 판다. 전후 미군부대 보급품을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 곳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리스타 노점상이다. 손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커피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도 경쾌해서 이미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을 다 마신 것 같다. 재래시장이라고 해서 옛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호흡하고 진화하기에 시장을 다시 찾고,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부산 여행은 한번으로 부족하다. 올 때마다 새롭고, 올 때마다 다음을 기약하게 되니 미련이 많이 남는 곳이다. 다음엔 또 어떤 부산을 만나게 될 지…. ‘조만간’ 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부산으로 ‘조만간’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깡통시장 바리스타 BRF


[여행 정보]

● 부산 남포동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남해 제2고속도로 지선 냉정분기점 - 사상IC에서 ‘하단, 주례, 구포’ 방면 - 동서고가로 - 감전램프에서 좌측 - 가야대로 - 학장교차로에서 ‘구덕운동장’ 방면으로 우회전 - 학감대로 - 구덕터널 - ‘태종대, 서구청, 하단’ 방면으로 우측 - 보수대로 - 자갈치로

● 부산 가는 법
기차: KTX 경부선
고속버스: 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 이용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감천마을: 검색어 ‘감천문화마을’ /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1로 200
남포동국제시장: 검색어 ‘남포동국제시장’ / 부산광역시 중구 신창동4가

< 여행지 주요정보 >
부산광역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 부산 여행·축제에 대한 종합 정보

감천문화마을
http://www.gamcheon.or.kr / 051-293-3443
하늘마루, 아트숍, 감내어울터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감내카페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국제영화제
http://www.biff.kr / 1688-3010
2013년 10월 3~12일
초청작: 70개국 301편
상영관: 7개 극장 37개관

< 숙박 >
숨게스트하우스 남포동: 남포역 5분 거리, 광복동 거리, 용두산공원 앞. 국제시장과 자갈치사장이 가까워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http://nampo.sumhostel.com /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동 1가 15-5번지 / 070-8837-0700
예약 및 문의 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이외 시간 인터넷 게시판 문의)
객실요금: 2만3000~7만원 (기간별·객실별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 참고)
더게스트하우스: 한국관광공사 ‘굿스테이’로 선정, 3층은 여성 전용으로 투숙객의 취향을 고려한 서비스가 좋다. 깔끔한 객실과 아침식사로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된 해운대에서도 최고의 예약률을 자랑한다.
http://www.theguesthousekorea.com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599-4 / 010-2990-9049
객실요금: 2만2000~7만원 (기간별·객실별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 참고)

< 음식 >
부산은 소문난 음식들이 많아 맛집 기행만으로 동선과 일정이 넘쳐난다. 한상 차림에서 길거리 음식까지 배낭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푸짐하고 저렴한 집들을 골라 소개한다.
다리집: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떡볶이·튀김집이다.
떡복이 1인분 2600원 / 튀김 1인분 2600원 / 만두, 오뎅, 어묵튀김 각 1600원
부산시 수영구 남천1동 30-13 / 051-625-0130
BRF: 국제시장 깡통시장에 위치한 커피전문 노점이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핸드드립, 더치커피 각 2000원 / 아이스 및 기타음료 2500~3500원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3동 162-4 / 051-462-0806
원조할매국밥: 48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집이다.
소고기국밥, 선지국밥 각 3500원 / 따로국밥 4000원 / 선지국수 3500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612-2 / 051-746-0387
몽돌집: 해운대에서 푸짐한 한상 차림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장어탕 8000원 / 간장게장정식 1만원 / 장어구이정식 1만1000원
http://www.mongdolhouse.co.kr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394-329/ 051-742-9277
비빔당면, 충무김밥, 팥빙수: 국제시장 일대에 많이 있으며 비빔당면은 2000원, 충무김밥과 팥빙수는 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