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힘들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7월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토로한 말이다.


홍 회장이 이날 강조한 말은 금융권의 맏형 역할이다. 그는 "30년간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금융기관 현장을 경험했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기관의 수장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역할과 리스크관리, IB역량 강화, 현장탐방 등에 힘을 쏟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과연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홍 회장은 취임 초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갈팡질팡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 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STX팬오션 인수 거절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6월 초 STX팬오션 인수를 거부한 바 있다.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이 자사를 인수해 20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STX팬오션은 11년 만에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


그런데 홍 회장은 불과 한달여 만에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STX팬오션의 사업모형이 새로 만들어지고 계속비용으로 볼 때 괜찮아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인수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STX팬오션 주식이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금융권에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차질과 연기로 수조원의 직간접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월권 논란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9월 초 원활한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해서는 강덕수 STX조선해양 회장의 사임과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이후 곧바로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조선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TX는 이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STX측은 "채권단이 밝힌 대표이사 신규 선임 추진 방안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한다"며 "대표이사 신규 선임 추진은 채권단 자율협약 취지에 어긋나는 채권단의 월권행위로써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홍 회장의 소통부재와 월권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의 오락가락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0월 말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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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