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참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해도 경쟁은 늘 있기 마련이다. 단지 시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때때로 이미 큰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분야를 건드려야 할 때가 있고, 혹은 기존 시장에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는 큰 회사가 신규 진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작은 회사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 역을 맡은 유오성이 했던 말이 있다. "난 무조건 한놈만 패." 바로 무대포 정신의 발현이다. 단순히 웃고 넘기는 대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 대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 대사는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싸우게 될 상대방의 숫자를 경쟁사의 상품이라고 생각해보자. 내가 가진 상품은 하나인데, 경쟁사의 상품은 수개에서 수십개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영화처럼 '한놈'만 패다가 다른 '놈'(?)들한테 맞아서 먼저 쓰러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한놈을 패서 쓰러트리면 내 상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단일상품을 가진 기업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하나만 붙잡고 가야 한다. 여러 가지 상품에 신경써야 하는 상대의 한 제품을 상대로 그것보다 무조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뛰어난 제품'이란 소비자에게 좀 더 높은 가치(value)를 줄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한다.

가령 S전자는 반도체, 휴대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전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대단히 많다. 전쟁을 앞두고 있는 나라로 따지면 전선이 너무 넓은 것이다. 이렇게 전선이 넓을 때는 분명 절대 강자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당 지형을 잘 알고 있는 곳이 파고들 부분인 것이다.

S전자가 반도체부문에 집중하는 사이 가전제품 분야에서 새로 나온 제품이 M사의 김치냉장고였다. M사는 김치냉장고에 주력했다. 얼마 후 S전자도 새로운 김치냉장고를 내놓았다. 홈쇼핑을 통해서 할인판매도 하고, S전자의 에어컨을 사면 해당 김치냉장고를 끼워주는 행사도 했다. 하지만 M사의 김치냉장고를 앞지르지 못했다. S전자의 김치냉장고는 그냥 끼워주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S전자는 과거에 밥솥도 만들어서 팔았다. 하지만 현재 밥솥시장은 누가 점령하고 있는가. C사와 R사가 국내 밥솥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놈'만 패는 전략을 폈다. 이처럼 단일상품으로 목표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관영역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기업은 어떤가. 애초의 목적대로 최상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고 있는가. 혹시 외부의 다양하고 새로운 제안에 맞춰, 혹은 창업자의 많은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혹은 당장 돈이 되는 부분을 쫓아가기 위해 '한놈'이 아닌 '여러 놈'을, '선택한 놈'은 잠시 대기시켜 놓고 '다른 놈'을 패고 있지는 않은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