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모범규준 시행에 '울상'
카드업계 금리 내리면 수익성 악화 '불 보듯'… "과도하다" 한숨만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의 대출금리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1월1일부터 시행되는 대출금리 모범규준(대출금리체계 합리화 방안)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수수료 인하와 잇단 규제에도 카드사들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수익원은 카드대출뿐인 상황이라 카드사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각종 규제에 대출금리 인하까지 '첩첩산중'


카드업계에 따르면 모범규준 적용으로 현재 20%를 상회하는 카드대출 평균금리가 10%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업계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21.7%, 리볼빙의 평균금리는 20.4%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카드사들이 카드대출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조원이 조금 넘는다. 이를 통해 평균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경우 카드사 수익은 1000억원이 넘게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감독당국 주도의 대출금리 인하에 불만을 드러낼 수도 없어 한숨만 쉬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따른 원가 산정기준을 적용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기준금리가 최대 10% 가까이 떨어졌다"며 "이제는 성장을 위한 영업확대가 아닌 생존을 위한 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번 모범규준 시행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사가 빅데이터 활용 등 4가지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 수익성 개선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사업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대출영업 규제까지 받고 있다"며 "금리마저 인하되면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 소비자 보호 정책을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율적 성장을 제한하는 규제는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을 규제 중심으로 획일화하고 있다"며 "자율경쟁을 막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덫이 돼 시장 왜곡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 간 금융당국은 각종 규제방안을 잇따라 내놓았고 이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6월 카드사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비율을 6배로 제한해 외형성장을 억제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발급기준을 강화했다.
 
규제 정책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는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방안을 밝힌 데 이어 10월에는 신용카드 리볼빙에 대한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해 영업규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57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4067억원에 비해 32%(4495억원)나 감소했다.


◆대출금리 모범규준 1일 시행
 
이번 대출금리 인하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카드업계 등으로 구성된 '제2금융권 금리체계 합리화 태스크포스(TF)'의 결과물이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자 TF를 꾸려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마련, 지난 8월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금리산정 원가구성 체계를 제시하고 내부적으로 대출금리를 통제, 차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대출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금리산정 원가기준에 관한 규준이다. 모범규준은 대출업무와 무관한 비용 등은 대출원가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 항목별로 비용을 중복해 계상하지 않도록 했다. 대출금리는 신용원가, 업무원가, 조달원가, 자본원가 등 기본원가에 목표이익률(마진), 조정금리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지금까지는 카드사들이 자체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해왔는데 이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원가구성 항목이나 배분요소가 각사마다 달라 대출금리가 제각각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A사가 신용원가와 업무원가, 조달원가, 자본원가로 원가를 산정한다면 B사는 원가산정 기준에서 자본원가를 제외하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범규준 시행으로 대출금리 체계가 합리적으로 개선됐다"며 "각사별로 연내 조정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권익 강화된 모범규준, 주내용은?
 
11월1일 시행되는 모범규준에는 원가산정 체계와 더불어 여전사의 대출금리 산정과 관련한 내부통제기준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각 카드사들은 대출금리 산정·운용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산출기준에 대한 내부 심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기본원가 등 대출금리의 중요사항을 변경(조정·신설 포함)하는 경우 내부 심사위원회가 적정성을 심사해야 하며 대출금리 산정 및 운영의 적정성을 주기적(최소 반기별 1회 이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한 모범규준은 카드론 신규 취급 시 또는 만기연장 시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관련 내용을 SMS나 우편 등을 통해 통지하고, 금리인하 요구권과 관련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고객 권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기존에도 상호금융, 카드, 캐피탈사에 금리인하 요구를 행사할 수 있었지만 관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금리인하 요구권 자체를 모르는 금융소비자가 더 많았다.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가계대출자는 취업·승진·소득상승 등이 일어났을 때이며, 기업대출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특허를 취득했들 때 등이다.
 
이와 함께 상호금융, 카드, 캐피탈사가 임의로 금리를 바꾸거나 대출을 연장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상호금융의 경우 개인신용대출 만기 자동연장 시 고객신용도 변동에 따라 변경된 가산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화 등을 통해 알려야 하며 신용도가 좋아지면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금리 인하 가능 여부를 상담받도록 안내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