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세계인들이 이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궈멍'(中國夢), 바로 차이나 드림이다.

중국은 어느덧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이슈를 이끄는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G2)로 성장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직도 60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머문 가난한 나라다.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다.


"2020년까지 소득수준을 2배로 올리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청사진대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소득·소비 증대에 나서면, 14억 인구대국의 잠재력이 전 세계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수년 전 중국펀드가 몰고 온 거센 바람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중국에서 기회를 엿보는 이유다.

 
◆ '중국 1등주'에 슈퍼리치의 돈 몰리는 이유

신(新) 소비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향한 고액 자산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국내 투자시장의 차이나드림이 펀드를 중심으로 대중성을 띠었다면, 이번에는 특정금전신탁과 랩에 슈퍼리치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투자대상도 압축됐다. 이번에는 중국 내수시장을 이끄는 '1등 브랜드'를 겨냥했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9월 선보인 '중국 1등주특정금전신탁'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주도할 1등 기업들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 내수시장 각 분야의 선두업체 5~7곳을 골라 담았다. 중국 맥주 브랜드 1위 업체인 칭다오 맥주, 중국 손해보험업계 1위인 중국인민재산보험, 대표적인 과자·유제품 기업인 중국왕왕식품 등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이 상품은 출시 직후 3주 만에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신탁상품의 특성상 일반펀드와 달리 공개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이례적으로 대박 상품으로 떠오른 것. 출시 두달여 만인 지난 11월14일 기준 모집금액은 650억원대에 달한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비롯해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가입할 정도로 힘을 실었다는 후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같은 중국1등주를 담은 랩도 지난 10월 출시, 한달 만에 6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에 앞서 신영증권은 지난 5월 말 '중국성장주식신탁'을 내놨다. 투자대상은 하나대투증권의 '중국 1등주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하면서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신탁상품이 선취수수료 1%에 후취수수료 연 1.5%를 받는 반면 신영증권은 선취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투자금액이 큰 신탁상품인 만큼 1% 수수료의 차이도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최저가입금액은 신탁의 경우 1500만원, 랩은 3000만원이며, 신영증권의 신탁은 2000만원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신탁기간은 두 증권사의 상품이 동일하게 10년이며 랩은 5년이다. 이 기간 동안 중도 전액 해지는 가능하지만 중도 입출금은 불가능하다.




사진=머니투데이DB

 

◆ 중국 장기투자, 진짜 황금알 낳을까

"2000만원 투자하면 10년 뒤 2억원?" 중국 관련 신탁(랩)이 주목받는 것은 높은 기대수익 때문이다. 향후 수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년 뒤 10배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상품이 편입한 종목인 중국의 인민재산, 왕왕식품, 텐센트, 강사부홀딩스, 칭다오맥주, 상하이포순제약 등은 우리나라의 삼성화재, 롯데제과, 네이버, 농심, 하이트맥주, 유한양행에 비견되는 중국의 대표적 소비종목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특별오찬에 참석하였다. / 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화재 등 국내 내수주는 1990년대 이후 국내 소비시장의 성장에 따라 폭발적인 주가상승을 맛본 바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992년 2만1000원에서 2002년 40만원으로 10년 만에 50배 이상 상승했고, 롯데제과는 1992년 2만6000원에서 2005년 100만원으로 13년 만에 50배가량 뛰어올랐다.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8900원에서 15만원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1992년 600대 수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2005년 1379.37로 마감해 약 2배 넘게 성장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할 때 1등 브랜드의 투자가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2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2%로 한국의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해 중국의 소비시장은 도시화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이상 성장성이 높은 중국 1등주가 장기적인 노후자금 마련에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신라면처럼 시장 내 독보적 상품이 있더라도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지만, 14억 인구대국인 중국은 내수시장만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 내수주의 앞날은 정말 '장밋빛'일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중국의 '내수 대폭발 시대'가 오는 건 자명하다는 것.

한 중국 전문가는 "그동안 중국의 소비가 성장하지 못한 주요 이유는 '후커우'(호적제도)를 취득하지 못해 사회보장을 받지 못했던 농민공 등의 요인이 컸다"며 "이들이 점차 사회보장제도 안에 들어오면 소득 증대와 함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특유의 후커우제도는 2억명이 넘는 농민공의 '2등 시민화'와 도농 불평등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관련 투자가 실패했던 주 요인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며 "뉴스로 접하는 경제성장과 실제 주가상승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A회사의 우수한 실적이 발표돼도 그 실적이 진짜 맞는 것인지 알기 어려워 투자부담이 크다는 것. 이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투자로 접근한다고 해도 그 사이 기업실적은 좋은데 수익률이 뒤따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과연 긴 시간을 인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