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시장의 경우 딱히 어느 한 업체에 대한 이용자 로열티가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는 약하다. 이러한 이유로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주요 3사의 방문자 순위가 마케팅 비용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곤 한다. 그만큼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 마케팅을 중심으로 격화되는 경향이 짙은 곳이 바로 소셜커머스 업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발발한 소위 '마케팅 1차대전'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당시 쿠팡이 이나영과 김현중을 전면에 내세운 지상파 TV광고를 선보이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자 경쟁사인 티몬이 배우 공유를, 위메프가 가수 구하라를 자사의 얼굴로 삼고 TV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스타를 앞세워 높인 인지도가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병행했다.
출혈 경쟁이 시장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졌지만 이들은 그해 대규모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진행했다. 2011년, 최대 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이 시장으로 쏟아져나왔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13년. 3조원대 시장으로 커진 소셜커머스 시장에 '마케팅 2차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시장이 커진 것 빼고는 톱스타를 공격수로 삼고 할인·적립 폭탄을 투척하는 양상은 그대로다.
포문을 연 쪽은 업계 3위 위메프. 이서진·이승기를 모델로 기용, 2년만에 대규모 지상파 TV광고를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위메프는 광고를 노출한 지 4주만에 순방문자수 순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위메프가 돈을 푼지 4주만에 ‘티몬-쿠팡’ 구도로 고착된 듯 보였던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관찰되고 있는 것. 경쟁사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까지만 해도 TV CF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티몬이 움직였다. 2011년 배우 공유가 등장하는 영상을 끝으로 지상파 TV광고 소식이 깜깜했던 티몬이 2년만에 수지를 모델로 발탁, 지상파 TV광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5월부터 두달간 전지현·송중기 주연의 지상파 TV광고를 집행한 바 있는 쿠팡의 경우 현재로서는 TV광고 집행을 비롯한 대규모 마케팅 지출 계획이 없다고는 하지만, 티몬의 선례를 봤을 때 언제까지 그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위메프 '300억'에 티몬 '500억' 맞불
서비스 시작 3년만에 월거래액 1000억원, 2013년 누적 순매출 1000억원 돌파 등을 기록한 티몬의 경우 최근 미스에이(miss A) 멤버 수지와 6개월 모델계약을 체결했다. 광고모델 호감도 조사에서 쿠팡의 전지현, 위메프의 이서진·이승기를 제치고 1위(한국CM전략연구소 조사)를 차지한 수지를 모델로 TV CF를 집행해 인지도 싸움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수지를 얼굴로 한 TV광고는 12월 중순께 노출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한 TV 광고 집행에 앞서 수지를 앞세워 연말 대목을 겨냥한 500억원 규모의 마케팅 캠페인 ‘몬스터세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몬스터세일’은 연말까지 5% 즉시할인에 카드 추가할인, 무료배송, 최저가 보상제를 모두 아우르는 프로모션이다. 이를 통해 스토어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5% 즉시 추가 할인을 적용하고 여행·컬처, 지역상품에서는 5% 적립을 실시한다. 제휴카드 2000원 추가 할인 쿠폰과 9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도 제공한다.
티몬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0월 위메프가 꺼내든 ‘이서진·이승기 TV 광고 + 300억 마케팅 캠페인’ 카드에 대한 맞불이다. 위메프는 지난 10월부터 이서진·이승기 주연의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이와 함께 ▲5% 포인트 적립 ▲소셜최저가 200% 보상제(타 소셜커머스 업체보다 비쌀 경우 차액의 2배 보상) ▲9700원 이상 배송상품 무료배송 ▲10월 내내 매일 한 개씩 슈퍼딜 진행 등의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선방을 날린 위메프는 지난 10월 소셜커머스 UV순위에서 쿠팡과 티몬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안클릭 조사 결과 각사 10월 UV는 위메프 809만명, 쿠팡 778만명, 티몬 599만명으로 집계됐다. 페이지뷰(PV)에서도 위메프(2억1067만)가 쿠팡(2억704만)과 티몬(1억4986만)을 따돌렸다.
위메프에게 추월당한 티몬의 반응은 어떨까. 티몬 관계자는 "돈 많이 쓰면 UV 올리는 건 시간문제고 UV가 구매로 이어지는 데에는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우리가 UV면에서 쿠팡에 뒤진 게 1년반 정도 됐지만 매출은 항상 앞서왔고, 위메프는 거래액이 많이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와 격차가 크다"고 강조한다.
한편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은 방문자수 증가뿐 아니라 매출 증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경우 ‘몬스터세일’을 개시한 이후 주간(11월18일~24일) 매출이 30% 정도 증가했다. 이 기간 주간 거래액 규모는 3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위메프는 업계 추산 약 25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쿠팡의 향방…프로모션 계획 없다지만 "글쎄"
이제 업계의 시선은 경쟁사들을 지켜보고 있는 쿠팡으로 향한다. 최근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쿠팡의 경우 경쟁사의 마케팅 프로모션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우리는 대규모 마케팅 프로모션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상품 퀄리티를 높이고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티몬과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위메프가 추격하는 현 상황에서 쿠팡이 복지부동 자세만 취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가 10월에 주요 3사 중 가장 먼저 마케팅 전쟁의 판을 벌였고,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밀릴 수 있으니까 티몬이 '수지+500억 프로모션' 전략을 쓴 것"이라며 "위메프가 광고 후 UV 1위가 됐는데 이는 이 시장이 언제든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브랜딩이 안 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얘기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위메프에 이어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한 티몬의 주간 거래액이 일주일만에 30%가 늘었는데 이는 '진정한 1위' 논란이 이어지는 시장에서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라며 "순위 뒤집히는 게 순간인 이 바닥에서 쿠팡이 언제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상장을 미루더라도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유한회사였던 법인격 형태를 주식회사로 전환한 바 있다.
언젠가는 쿠팡까지 합세해 3사가 2011년처럼 다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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