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슬레가 '커피왕국' 한국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75년 전통의 세계 1등 커피회사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네슬레는 1989년 '테이스터스 초이스'라는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이며 커피믹스 사업에 진출했다. 진입초기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이 독점체제를 유지한 가운데서도 한국네슬레는 10% 중후반대의 점유율을 줄곧 유지해왔다. 2007년만 해도 16.8%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동서에 점차 점유율을 뺏기던 네슬레는 2010년 말 남양유업의 커피믹스사업 진출과 함께 한자릿수대로 곤두박질쳤다. 2012년 기준 남양유업이 12.5%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네슬레는 점유율 5.1%에 머문 것.
1, 2위와 점유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자 네슬레는 지난해 '테이스터스 초이스'라는 브랜드를 퇴출시키고 '네스카페'로 통합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인 TV마케팅도 벌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갑의 횡포 논란으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에도 3.1%라는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이 커피믹스사업에 등장하기 전까지 네슬레는 1위와 격차가 컸는데도 10%대의 점유율에 만족하며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한국시장에 안일하게 대응했던게 지금의 점유율 하락을 자초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서와 남양은 한국시장에 맞춘 독자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다국적기업인 한국네슬레는 한국시장만을 겨냥한 마케팅이 없다"며 "커피 맛 역시 국내에 들어온지 2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시장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지난 11월 국내시장만을 겨냥한 '신선한 모카'와 '신선한 리치'를 출시했지만 남양유업의 인산염 논란에 묻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네슬레는 '우유맛이 풍부해 뒷맛이 깔끔한 커피'라고 이번 신제품을 띄우고 있지만, 2011년부터 인스턴트커피의 텁텁함을 없앤 커피를 출시하고 있는 국내 커피시장의 흐름에 한발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통망의 미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네스카페는 충북 청주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국내에서는 식품회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통망 확보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 일례로 킷캣, 폴로 등 제과류 5종은 판매망을 넓히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농심과 제휴해 농심이 유통·판매를 맡고 있다. 유통망이 좁은 것은 커피시장 역시 마찬가지일 거란 관측이다. 동서가 자리매김하고 있던 유통망에 남양까지 끼어들면서 네스카페가 더 설자리를 잃었다는 것.
이쯤되니 업계에서는 한국네슬레가 커피믹스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네슬레는 주력 브랜드를 국내시장에서 포기한 적이 있다. 자사의 이유식 브랜드 '쎄레락'을 2004년 한국시장 진출 23년만에 포기했던 게 대표적이다. 세계 주요 이유식시장 중에서 네슬레가 자사 브랜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한국시장이 처음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유율이 지금보다 더욱 떨어진다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한국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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