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이틀째인 21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 센터에서는 전날보다 더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100개로 1000개와 경쟁한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승부다. 하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 적은 숫자로도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져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신용카드업계에도 이런 사례가 나타났다. 100개도 안 되는 영업점을 보유한 롯데카드의 카드 재발급률이 1100개가 넘는 영업점(관계 은행 영업점)을 보유한 KB국민카드나 NH농협카드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21일 사이 3개 카드사가 재발급한 카드수는 14만5300건에 달한다. 이중 롯데카드의 재발급수는 9만9800건에 달한다. 전체 재발급 카드의 68.7%에 달하는 수치다. NH농협카드는 3만9000건이며, KB국민카드는 6500건에 불과하다.
 
KB나 농협이 재발급 요청건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농협 30만8000건, KB국민카드 16만8000건으로 롯데카드의 14만800건보다 많았다.

기업계 카드사인 롯데카드는 영업점 수가 전국 98개로 가장 적다. 영업점 수가 적기 때문에 고객정보 유출사태 이후 롯데카드센터에 하루 1000명 이상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은행계 카드사인 KB국민카드의 경우 재발급 등 카드관련 업무가 가능한 국민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199개이고, NH농협카드는 1185개 NH농협은행에서 카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카드대란 이틀째인 21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 센터에서는 전날보다 더 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이처럼 영업점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카드의 재발급률이 높은 이유는 롯데백화점 및 롯데마트 내 롯데카드센터에서 즉시발급이 가능하고, 주말에도 카드센터를 운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는 영업창구에서 즉시 발급이 불가능하다. KB국민카드는 은행 영업점에서 신용카드 재발급 신청을 받은 뒤 본사 발급팀에서 일괄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은행에서 체크카드의 경우 즉시 발급받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는 발급기계가 비치되지 않아 고객들이 신청 후 평균 3~5영업일 이내에 수령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재발급 신청이 폭주해 현재로선 고객들의 수령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NH농협카드 또한 KB국민카드와 마찬가지로 은행 및 지역농협에서 재발급 신청을 받고 발급센터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제휴카드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각 지점에서 공카드를 보유할 수 없다. 또한 발급기계를 각 영업점에 설치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백화점 고객을 잡기 위해 백화점 내 카드 즉시발급 체제를 갖추고 있던 롯데카드가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높은 재발급이 지속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드 재발급을 위해 각 카드센터에 비치한 '공카드'가 이제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각 카드센터마다 항상 일정 수량의 공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고객정보 유출사건 이후 재발급 요청이 많아지면서 각 센터의 보유 공카드가 사실상 소진됐다"며 "공카드 수급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재발급 신청이 워낙 많아 빠른 공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