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10배 얹어주고 캐릭터 사는 2030 마니아층 형성
 
#1.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누적관객수 600만명(2월2일 기준)을 돌파한 것. 전문가들은 현재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1000만명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왕국>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자매의 캐릭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20~30대 성인들까지 엘사와 안나 인형 구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2. 2011년 1월24일. tvN <화성인 바이러스>(화성인)에 조금 특별한(?) 출연자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신혼살림을 차린 엄중모씨의 이야기다. 당시 엄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케미 호무라'와 1년간 열애(?) 끝에 결혼한 인물로 소개됐다. 둘만의 공간에서 달콤한 신혼을 즐기기 위해 그는 부모댁에서 분가했다고 한다. MC들은 엄씨에게 오덕후와 오덕후를 합쳐 십덕후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오덕후는 일본에서 만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 오타쿠에서 유래한 말로 국내에선 마니아 이상으로 열광하는 이들을 뜻한다.



◆대리만족의 원천 '캐릭터'

사람들이 캐릭터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고 있다. 귀여운 그림체와 일반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신비한 마력을 가진 가상의 인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캐릭터 외모 혹은 그들이 가진 특별한 힘 때문에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캐릭터는 사실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다. 대부분 먹고 살기에 바빠 캐릭터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성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린이보다도 오히려 20~30대 성인들이 더 열광한다. 어떤 사람들은 캐릭터를 실제인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십덕후로 불리는 엄중모씨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연초부터 캐릭터가 다시 재조명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겨울왕국> 영향이 컸다.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캐릭터로 집중된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엘사와 안나의 인형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디즈니는 지난 1월10일 엘사와 안나 인형을 전 세계에 각각 5000개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인형은 한화로 개당 약 10만원대 초반.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품절현상을 보였다. 엘사와 안나 인형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지금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소장가치가 높은 인형은 비싼 가격에 재거래 되기도 한다. 10만원대 초반에 팔렸던 엘사 인형은 오픈마켓 등지에서 현재 80만~100만원 가격에 되팔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490만원대까지 치솟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 거래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엘사 인형을 구입했다는 한 누리꾼은 "캐릭터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형을 단순히 장난감으로만 보지 않는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대하고 그네들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한다"면서 "이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인형의 경우 원가보다 10~100배 이상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캐릭터의 인기는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다. 웹툰의 캐릭터 역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뛰어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마조앤새디'. <마조앤새디> 작가의 아내이자 마조웍스 대표인 김선영 사장은 작년 10월초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조앤새디 월드'를 입점시키고 곧이어 강남구 청담동에 '마조앤새디 카페'를 오픈했다.

수억원대를 훌쩍 넘는 캐릭터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테디베어박물관에는 세계 최고가 2억1000만원짜리 '루이비통 베어'가 전시돼 있다. 또 120캐럿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120K베어',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초미니 테디베어 등도 있다.

물론 캐릭터의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둘리'와 '엽기토끼', '뽀로로', '라바' 등 서로 바통 터치 형식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국민소득이 크게 올라간 점도 캐릭터가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아울러 캐릭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 부회장은 "문화콘텐츠는 선진국형 사업"이라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캐릭터산업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 부회장은 이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보면 캐릭터산업도 포함돼 있다"면서 "앞으로 캐릭터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nterview/ 캐릭터 인형 모으는 이현미씨
아기보다 인형 좋다는 주부 
 

"아기보다는 인형이 더 좋아요. (호호)"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이현미(35)씨. 결혼 6년차인 그는 현재까지 아기가 없다. 다만 특별한 아기인 캐릭터는 다양하게 갖고 있다. 때로는 남편보다도 캐릭터에 더 관심이 많다. 캐릭터가 왜 좋냐고 묻자 활짝 웃으며 귀엽다는 말만 연신 내뱉는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인형은 수백여가지. 가장 예뻐하는 인형은 '라푼젤', <미녀와 야수>의 '벨',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디즈니 프린세스 베이비 돌이다.

그래서일까. 취미도 인형관리다. 샤워는 물론 인형 옷쇼핑을 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인형을 구입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연간 수백만원대. 또 구입하고 관리하는 여러 과정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최근에는 "내 머리도 감기 귀찮은데 3번의 과정을 거쳐…"라는 제목으로 인형 머리를 감겨주는 사진을 올렸다. 지인들로부터 귀엽다는 내용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씨가 보유한 베이비 돌의 가격은 개당 24.95달러(약 2만6000원). 한국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이 비싸 작년 말 해외사이트인 디즈니스토어 본점에서 직구(직접구매)했다.

이현미씨는 "인형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구입했다"면서 "머리를 감겨주고 (인형)옷을 새로 구입해 예쁘게 꾸며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사실 아기보다는 인형이 더 좋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