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화식 숯불과 가스착화식 숯불, 고기 맛 차이는 어떨까?
숯불에 직화 방식으로 구웠을 때와 막힌 불판에 고기를 올려 가스착화 방식으로 구웠을 때 실제로 맛 차이는 얼마나 날까. 그릴링 방식에 따른 고기 맛 차이를 일반 고객은 얼마만큼 느낄까.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손님 입맛이다. 돼지고기 마니아를 자처하는 맛집 블로거 4명과 함께 비교 시식을 했다. 참석자는 빵이파파(40대), 맛순이(30대), 레드피쉬(30대), 완두콩(20대). 삼겹살과 목살 부위를 차례대로 시식했고 고기 두께와 숙성 기간, 온도 등 고기 상태와 조건은 동일, 숯도 같은 숯을 사용했다. 결과는 재미있었다.
◇ ‘직화식 숯불 vs 가스착화식 숯불’ 3.5cm 삼겹살·목살 맛 비교
가스착화 방식으로 먼저 고기를 구웠다. 앞서 설명했듯 가스착화의 경우 불판은 막힌 불판을 사용한다. 불판 온도가 230℃까지 오른 후 삼겹살과 목살을 차례대로 올렸다.
화력이 육질에 직접 닿지 않아도 불판 자체에 열이 충분히 오른 상태라 고기 굽는 시간은 5~10분가량이면 충분했다.
고기는 타지 않고 골고루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돼지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삼겹살은 쫄깃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지방과 살코기 부분이 적절히 섞여 있어 씹을수록 맛이 풍부했다. 반면 목살은 연하고 부드러웠다.
지방보다는 살코기 중심이라 다소 퍽퍽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고기가 식어도 부드러운 식감은 유지됐다. 그릴링에 있어서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식감과 풍미, 향이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조화를 잘 이루는 듯했다.
가스착화로 구운 돼지고기 시식이 끝난 후 숯불을 새로 장착하고 불판도 직화 불판으로 교체했다. 화력이 어느 정도 세진 후 바로 고기를 올렸다. 익는 시간은 막힌 불판에 구웠을 때보다 2~3분가량 단축됐다.
불이 고기 겉면에 직접적으로 닿아 겉면이 빠르게 익는 편. 육즙이 새는 시간을 단축시켜 식감이나 풍미가 가스착화 그릴링 때보다 더 풍부한 편이다. 겉 부분은 더 노릇하고 바삭했다.
그러나 돼지고기 고유의 맛과 풍미는 막힌 불판에 구웠을 때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요소 없이 오로지 불판의 열로만 고기를 익히기 때문에 신선하고 좋은 고기일수록 그 본연의 맛을 잘 끌어낼 수 있는 것.
직화 방식의 경우 숯불이 고기에 그대로 배기때문에 불맛이 가미된다. 식감은 막힌 불판에 구웠을 때보다 쫄깃하고 꼬들꼬들하나 부드러운 느낌은 덜했다. 씹었을 때 결대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 블로거 4명 중 3명 ‘임팩트 강한 직화식 숯불 방식 선호’
이날 참석한 블로거 중 대부분은 숯불직화 방식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우선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폴폴 내며 고기가 익어가는 장면이 임팩트 있으면서 생생하다는 것. 숯불이 고기에 직접 닿기 때문에 그을음이 생기고 겉이 쉽게 탄다는 단점은 있지만 적절한 불맛이 골고루 배어 고기가 더욱 짭짤하고 고소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빵이파파는 “막힌불판을 사용한 가스착화 방식은 고기 본연의 풍미를 느끼기엔 탁월했지만 기름기가 빠지지 않아 먹을수록 느끼한 감도 있었다”며 “숯불직화의 경우 센 불에 고기가 단시간 내 익어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식 전 가스착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던 완두콩도 이날은 직화 방식을 선택했다.
가스착화 방식에 표를 던진 건 레드피쉬였다. 그는 “3.5cm 두께의 최상급 신선한 돼지고기는 그대로 익히기만 해서 먹는 게 가장 맛이 좋다. 굳이 불맛을 입혀 고기 본연의 맛을 헤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 블로거 비교 시식 최종 의견은?
완두콩(20대) “각각 장단점 분명, 숯불직화의 불맛 매력 요소”
각각의 그릴링 방식을 한 자리에서 시현, 비교해보는 시간 정말 즐거웠습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빵이파파님은 가스착화·막힌불판에 구웠을 때 기름이 빠지지 않아 느끼하다고 하셨는데 전 오히려 그 기름진 부분이 고소하게 느껴졌어요.
겉은 노릇노릇하면서 속은 부드러워 씹을수록 볼륨감도 좋았고요. 그러나 직화로 구웠을 때의 불맛은 못 따라갔습니다. 겉이 코팅된 것처럼 바삭했고 풍미도 더 진했습니다.
맛순이(30대) “숯불직화로 단시간 내 익힌 돼지고기 육즙 맛 일품”
개인적으로 <맛찬들왕소금구이>처럼 가스착화 방식의 돼지고기를 선호하는데 오늘만큼은 숯불직화 방식에 표를 주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센 불에 단시간 고기를 익혀서 그런지 육즙의 저장 정도가 직화로 구웠을 때 더 뛰어나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다 보니 맛이 풍부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러나 어느 것이 더 낫다 아니다를 판단하기보다는 매장 콘셉트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식사 위주면 천천히 구워먹을 수 있는 가스착화 그릴링을, 짧은 시간 안에 고기와 술을 먹는 분위기를 지향한다면 숯불직화 방식이 매력 있겠네요.
레드피쉬(30대) “돼지고기 고유의 고소한 풍미 느끼기엔 가스착화 방식 탁월”
요즘은 스테이크형의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이 대세죠. 그만큼 신선도 유지나 숙성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요. 삼겹살이 고급외식문화가 되는데 발판을 마련한 콘셉트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좋은 고기일수록 그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 맛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불맛을 입힐 필요가 없다고 봐요. 탱글탱글한 식감은 직화 방식이 나았지만 맛과 풍미는 가스착화 방식이 좋았습니다.
빵이파파(40대) “막힌불판에 그릴링 시 기름이 빠지지 않아 다소 느끼…”
가스착화 방식은 삼겹살과 목살 전부 부드럽고 고소한 맛도 탁월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돼지고기 기름이 빠지지 않고 불판 위에 겉돌아 먹을수록 느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숯불직화의 경우 그을음이 생긴다는 단점은 있지만 임팩트는 확실히 강했습니다. 숯불 위에서 ‘치익’하며 익는 소리도 생생하고요. 술 한잔하기에는 숯불직화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계와 살코기 저마다의 식감을 느끼기에도 이편이 탁월합니다.
장소 협찬 <맛찬들왕소금구이> 발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