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신인 아이돌그룹, 배우, 연극인, 음악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끼와 재능을 두루 갖췄지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만나 소개한다. 일명, 스타의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이들을 발굴하는 ‘스타포텐’을 기획했다. (포텐은 potential의 줄임말로 잠재력, 가능성이라는 뜻을 지닌다.)
빅죠 다이어트, 경제난 호소, 데뷔 8년차의 서러움, 억울함, 다이어트 패치 홍보, 해명. ‘홀라당’의 지난 흑역사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홀라당’은 노익장 랩퍼 2명, 박사장(33)과 빅죠(37)로 이뤄진 대중 힙합 그룹이다.
대표곡 하나 집기가 어려운 신인 아닌 신인 ‘홀라당’은 빅죠의 다이어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여전히 억울함과 서러움을 토로하는 어려운 음악계의 대변인들이다.
“빅죠가 그룹인가요?”, “빅죠 직업은 뭐죠?”, “홀라당이요?”, “박사장?”. 관심 못 받아 곪고 곪은 두 남자, 빅죠와 박사장을 만났다. 호소는 하되 ‘다이어트’는 얘기하지 않기로, PR은 하되 사정은 안하기로 한 유쾌 상쾌 통쾌한 ‘홀라당’의 솔직담백한 스토리를 들어보자.
#포텐 1. 못 먹고 사는 ‘박사장’, 안 먹고 사는 ‘빅죠’
‘이젠 나이를 먹어 그냥저냥 삽니다. 거지 될 줄 알았는데 밥벌이는 합니다’ (홀라당 ‘참치’ 노래 중)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냥저냥 밥벌이는 한다기에 안쓰러운 비주얼을 생각했으나, 일명 ‘깍두기 형님’ 저리 가라는 포스였다. 게다가 외제차를 끌고 왔다. 근황을 물으니 다이어트 패치가 좀 팔려 좋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솔직하긴 한데, 이 남자들 대체 뭐로 얼마나 먹고 살 길래.
“그런데 정작 제 ‘음악’으로는 못 먹고 살죠. 보컬 트레이닝 학원을 운영 중인데 생각보다 잘 되요. 다이어트 사업(패치)도 잘 되고. 경제적인 이유들 때문에 이런 일들을 손에서 놓지 못해요. 결혼도 해야 되고, 먹고는 살아야...(한숨) 이래서 돈 모이면, 다음 앨범 내고. 공연해서 돈 모이면 앨범 내다 빚진 것 갚고. 돌려막기죠. 뭐” (박사장)
못 먹고 살지만 체격 좋은 박사장에 반해 안 먹고 사는 빅죠는 이전보다 몰라보게 핼쑥해졌다. 그의 다이어트 성공 비법은 강압 합숙이다.
“네... 아시죠?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 휴~ 지겨워지면, 소스를 바꿔서 먹어요. 저지방 저염식으로요. 게다가 지금은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합숙(?), 같이 살고 있어서(^^) 식이조절도 잘 되고요.” (빅죠)
이 두 사람이 먹고 사는 걱정을 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워낙에 굴곡 많던 사연 덕에 데뷔를 언제 했냐는 물음에도 까마득해지는 이들이었다.
“2008년인가. 그럴거에요. 아마” (빅죠)
“아닌데 형? 2007년 아니었어?” (박사장)
2008년 장장 16곡을 수록한 1집 ‘Spotlight’은 정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온라인 음원 차트 ‘벅스뮤직’에서도 최고 3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하필 이 때 보이그룹 2AM이 데뷔했다. 참 안 풀렸다.
“음원 수익이요? 포기한 지 오래됐어요. 차라리 불법 다운로드도 괜찮으니까 저희 노래 많이 들어달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2011년 '밀어붙여' 음원 수익이 총 300만 원 정도였어요. 여기저기 나눠 가지니 결국 마이너스였죠. 음악성을 인정받아도 수익성은 전혀 없는 구조에요. 우리나라가. 어쩌다 상위권 진입해도 아이돌그룹이 싱글앨범 1장 내면 상위권 싹쓸이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반 한 번 내면 우리는 설 곳이 없어지는 거죠.” (박사장)
말이 빨라졌다. 눈빛이 달라졌다. 그동안 쌓인 억울함이 보통이 아니다. ‘마케팅이 잘못 된 것 아니냐’, ‘방송 활동이라도 활발히 해보지 그랬냐’는 질문을 하자마자 또 속사포 같이 서러움을 쏟아내는 박사장이다. 이미 인정받은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뜨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뜨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이 두 남자들은 과연 ‘떴다’라는 말을 알고나 있을까.
“하... ‘뜬다’... ‘떴다’... 너무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잊어버리고 산 지 오래됐어요. 저는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사면 그게 ‘뜬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너무 현실적인가요?” (빅죠)
현실과 타협하며 소박한 꿈을 꾸는 ‘홀라당’은 팬덤에 분노하지만, 팬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행운과 성공의 지름길을 두고 굽이굽이 돌아가고 있는 홀라당. 박사장에게 팬들을 모을 묘안이 있단다.
“우리나라 대중들은 음악을 안 듣고도 평생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다 할 음악 축제도 없고, 트로트 가수들을 제외하면 연로 가수가 몇 명 없다는 것도 그렇고요. 게다가 음악보다는 팬덤이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방법이 없어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라면 모를까. 폭력, 마약, 섹스비디오 정도면 될까요? 확 뜰까요? 이 정도면 저희 음악 들어주실까요?” (박사장)
어림없다. 이 두 남자의 ‘깍두기 형님’ 비주얼로는 돌아올 수 없는 황천길을 건너는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착한 이미지는 어떨까. 지금이 인터뷰 시간인지 홍보 마케팅 회의 시간인지 잠시 잊히는 순간이었다.
“(하하) 저희 사실 다이어트 패치 판매하고 수익금 기부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정도 기부해서 어디 착한 연예인 축에 낄 수나 있나요. 강한 것,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면 대중들은 봐주지 않는 것 같아요.” (박사장)
#포텐 2. 토로와 호소가 아닌 ‘홀라당 여러분, 대놓고 PR하세요’
8년 째. 간절함을 토로하고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일. 지칠 만도 하다. ‘홀라당’은 오히려 반문한다.
“어느 연예인 지인 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10명 중 8명이 알아보면 먹고 살 걱정 없다고. 그런데 빅죠, 유명하잖아요. 우리는 왜 이러죠? 3개월을 작업실에 처박혀 이만 닦고 곡만 쓴 적이 있어요. 정확히 3개월 만에 나와서 대형 마트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그 어두운 기운, 무서운 눈빛.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우리는 희망을 노래했죠. 그래서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박사장)
과거 간절함과 독기가 서렸던 ‘들개’였다면, 지금은 여유와 노련미로 무장한 ‘여우’가 됐다. ‘홀라당’은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숱한 공연과 10장의 앨범들을 묵묵히 돌려막기(?) 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했다. 댄스와 힙합의 중간, 언더와 오버그라운드를 넘나드는 새로운 ‘홀라당 장르’를 만들어내며 대중들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음악 외에도 두드려야 할 문은 많다. 본격 PR 시간을 가졌다.
TO. 저렴한 주인공 친구 역 찾으시는 ‘뮤지컬 감독님’
“감독님. 보고 계신가요? 제 비주얼이면 ‘탁월한 선택이다’ 싶으실 겁니다. 주인공 친구 역할 자신 있습니다. 악당, 나쁜 남자 캐릭터 잘 합니다.” (박사장)
TO. 희한한 캐릭터 찾으시는 SBS ‘정글의 법칙’ 담당 PD님
“한 번만 보내주세요. 우리 잘 합니다. 빅죠는 게으른 캐릭터, 힘들어 하는 역할, 징징거리는 캐릭터를 맡고, 박사장은 취사병 경험 살려서(대용량 요리만 가능) 요리도 하고, 우리 잘 할 수 있어요. 보내만 보세요. 제발” (빅죠)
TO. 햄버거만 먹고 배신한 10년 전 어느 소녀 팬
“피켓 들고 찾아와준 너, 햄버거 사준 것 기억하니. 이제는 햄버거 아닌 커피도, 술도 사줄 수 있어. 찾아오렴. 대체 어디있니.” (박사장)
#포텐 3. 팬덤을 향한 그릇된 욕망 “엑소가 누구에요?”
아이러니하다. 팬덤을 비난하는 그들이지만 자신들이 정작 그 팬덤의 중심에 있다면 좋겠단다. 요새 아이돌 그룹 이야기를 하다 팬덤을 향한 그릇된 욕망이 아이돌 그룹 ‘엑소’로 옮겨갔다. “엑소가 누구냐?”는 박사장의 발언에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겠어요?
“한 대형 놀이공원 무대를 찾았다가 놀랐어요. 아이돌 그룹이라고 섭외한 모양인데 10팀 중에 8, 9개 팀은 누군지도 모르겠는 겁니다. 엑소요? 몇 명인가요? 제가 관심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팬덤이라는 게 참 무섭고도 부럽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신인 아이돌 그룹보다는 저희가 나은 것 같기도 해요. 돈 없어 싱글 앨범 내지만, 우리는 우리 음악을 합니다. 끈기 있게 할 거에요. 곡 하나 뜨는 것, 어렵습니다만 쭉~ 갑니다. 홀라당!” (박사장)
그렇다. 팀 이름이 잘못됐다. ‘홀라당’은 조금 가지고 있던 돈이나 재산 따위가 완전히 다 없어지는 모양을 뜻한다.
“그동안 지켜오던 것들을 버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마음에도 안 들고,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그동안 ‘홀라당’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버릴 수 없죠. 가지고 가야죠. ‘홀라당’ 자꾸 들으면 귀여운데? 안 그래요? (하하)” (박사장)
‘홀라당’은 100회 공연을 목표로 ‘홀라당’을 찾아주는 곳 어디든 가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현재 25회 공연을 마쳤으며, 매주 토요일 서울 신촌에서 길거리 공연을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버스킹 공연을 펼친다’는 그럴싸한 명목이 있기는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무대를 원하고 팬들을 그리워 할 뿐이다. 4월 출시될 새 음반 작업도 한창이다.
국악과 힙합을 접목해 새드 힙합 풍의 노래들을 준비 중이다. 곡 부자 ‘홀라당’은 아직 빛도 못 본 곡들만 수백 곡을 보유하고 있다.
“힙합그룹 리쌍,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이 분들 왜 안 부럽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 분들 무대 안보고 ‘개그콘서트’ 봤어요. 대중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저희만의 음악 세계에 갇혀 있지 않고, 고집 부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대중이 바라는 음악, 엄마가 들어도 좋은 음악, 그게 바로 우리 음악, 우리 생각.” (박사장)
말인지, 랩인지, 인터뷰인지. 언변 뛰어난 박사장과 차분하고 듬직하게 ‘홀라당’을 리드하는 빅죠. 이 두 남자의 케미 돋는 앙상블이 구미가 당기고, 자꾸 끌린다.
뚝심 있게 자신들의 음악을 해 온 ‘깡’과 ‘열정’을 모두 드러냈다. 이번에는 로맨틱하게 팬들을 홀릴 편지 한 통을 부탁했다. 단숨에 써내려가는 박사장과 달리 미국에서 살다와 한글이 어려운 빅죠는 세월 가는지 모르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깡’으로 똘똘 뭉친 ‘홀라당’이 떠난 팬과 다가올 팬들에게 전한다.
이 남자들, ‘홀라당’의 스타포텐은 ‘깡’이다.
▶빅죠
▶박사장
한편, 유쾌한 ‘홀라당’의 길거리 공연을 찾는다면, 밥과 커피, 술을 얻어먹자. 무료로 ‘홀라당’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기회인데다가 10번이면 밥 1끼를 사겠단다. 인터뷰 내내 고민을 털어놓더니 절망적인 와중에도 참으로 귀여운 마케팅을 고안해냈다.
먹을 것 외에도 팬들을 모으기 위한 사은품이 많다. 박사장의 보컬, 댄스 학원 수강권, 다이어트 패치 등. 의외로 줄 것 많고, 가진 것 많은 ‘홀라당’이다. 그런데 이것도 다 ‘빚’이라는 것은 후담이다.
<사진=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