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맥주전문 '와바'와 리얼비어&크래프트 '탭하우스 와바', 셀프형 세계맥주전문 '맥주바켓', 분식형 스파게티전문 '까르보네'의 4개 브랜드를 두고 약 400개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다.
‘100년가는 브랜드’를 기업 목표로 설정하고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기업은 성장이 멈추면 쓰러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 '탭하우스 와바'로 리브랜딩 후 매출 30% 올라
(주)인토외식산업 이효복 대표는 요즘 걱정 반, 설렘 반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0년 세계맥주전문점 '와바'를 론칭했던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다. 올해 초 '와바'는 대대적인 리브랜딩 작업을 실시했다. ‘리얼비어&크래프트’ 콘셉트를 내세운 '탭하우스 와바'로 바꿨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 터라 주변에서는 시기적으로 이르지 않느냐며 걱정하고 우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지방에 4개 안테나 매장을 두고 철저하게 지켜봤다. 무엇보다 '와바' 론칭 때를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지나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시장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와바'가 그랬으니까요. 세계맥주시장을 열었지요. '맥주바켓' 론칭 때에도 사업기획안과 실제 운영 오차율이 적었습니다. 현재도 예측하는 범위와 실제 사항들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의도직영점 기준 매출이 30%가량 오르고 고객이 방문하는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가량 당겨지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지방에 있는 매장도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 '와바'에서 '탭하우스 와바'로 바꾸기를 희망하는 가맹점 문의도 잦은 편이다.
◇ '맥주바켓'이 '와바'를 공격하다?
'와바'를 리브랜딩하게 된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셀프형 세계맥주전문점 '맥주바켓'의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 브랜드 출시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이 대표는 '와바' 매장과의 충돌을 우려해 매년 초 올라오는 사업계획서 결재를 연기했다.
자그마치 4년 동안 미뤘다. 그러다 기존 '와바' 매장을 '맥주바켓'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1년 '맥주바켓'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와바' 점주들은 꿈쩍하지 않았고 오히려 '맥주바켓' 유사 브랜드들이 옆에서 기승을 부리며 '와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저희 '와바' 점주님들에게 원망을 듣고 있는 부분입니다. '맥주바켓'을 론칭하는 바람에 유사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고 경쟁업체가 '와바'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요. 운영의 효율성을 생각해 당연히 브랜드를 바꾸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큰 착각이었지요.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와바'에 대한 점주님들의 무한한 애정을요.”
'맥주바켓'은 진입 장벽이 낮은 콘셉트라 차별화가 필요했다. '맥주바켓' 론칭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 리뉴얼에 착수했다. 준비만 2년 걸렸다. 그렇게 '탭하우스 와바'가 탄생했다.
“다행히 '와바' 점주님들이 '탭하우스 와바'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세요. 물론 매장이 '탭하우스 와바'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금해하고 반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와바'를 100년 가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이 대표와 점주들의 희망이자 목표다.
◇ 빚더미에 올라 2년 간 가족과 떨어져 살기도
'와바'는 올해로 창립 14년이 됐다.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목표는 '와바' 론칭 전부터 마음먹은 일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 다짐했다.
이 대표는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간 잘 되어가던 웨스턴 바 사업이 망한 것이다. 당시 빚만 2억원이었다.
“제일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지금도 후회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패막이식의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속내와 사정을 주변에 일일이 밝힐 수 없어 임시방편의 거짓말을 택했다. 물론 지금은 별일 없이 다 해결된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가족과 떨어져 살던 것이었다. 아내와 아이가 처가에 들어가 생활하게 됐다. 1998년, 당시 아들은 3살이었다.
“매주 주말에 아이를 보러 처가에 갔습니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다가 아이가 목욕하는 사이에 저는 몰래 빠져나왔지요. 아이가 씻고 나오면 저를 찾으면서 그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목욕을 하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요. 목욕하고 나오면 제가 사라진다는 걸 알았겠죠. 그 당시가 사회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하던데, 정말 미안했지요. 함께 못 해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짠합니다.”
아내와 아이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장 힘들었다. 속상하고 참담한 마음에 차 안에서 운 적도 있다. 그렇게 가족과 떨어져 2년 동안 생활했다.
◇ 책 대여점 앞에서 100년 가는 브랜드 만들자 결심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인생이 가장 부러웠던 때였습니다. 저는 마이너스 2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힘든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 친구가 사준 30만원짜리 중고차를 타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예전에 운영했던 매장 앞을 우연히 지나치게 됐다.
옛날 생각에 슬쩍 돌아봤다. 그러다 멈춰 선 곳은 책 대여점 앞. 이 대표가 당시 1400만원을 투자해 운영하다 아주머니에게 4600만원을 받고 넘긴 매장이었다. 캄캄한 저녁, 책 대여점은 유난히 환했다.
“때마침 제가 운영할 때 회원으로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더라고요. 회원 번호가 떠오를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났습니다. 많이 컸더라고요.” 주인아주머니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마음에는 동요가 일었다. 유독 환하고 온화한 얼굴 빛이었다.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주머니 표정에서 평화로움과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순간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들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씁쓸한 기분이었지요.”
1990년 사업자를 등록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이 대표는 고작 20대 초반이었다. 포켓볼 장, 비디오방, 노래방, 콜라텍, 책 대여점 등 하는 족족 대박이 났다. 권리금 없이 들어갔다가 권리금 받고 나오는 등 투자한 금액의 3~4배는 족히 받고 나왔다.
그 맛을 알게 된 이 대표는 1~2년 운영하고는 팔아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그동안 인생을 약게 ‘잘’ 살았지요. 제가 사기를 친 것은 아닌데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가게를 이어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둘 보고 나니 무엇이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인지를 깨달았습니다.”
◇ 같이 성장해야 오래가고 멀리 가는 법
인지도가 높다 하더라도 매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 14년 동안 지속하기 위해 이 대표는 ‘상생경영’에 힘써왔다.
“같이 성장해야 오래가고 멀리 간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와의 밸런스가 중요하지요.”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공급액의 3~6%를 본사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마케팅비, 홍보비, 판촉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회사 내 해당 브랜드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창업 시 약 1500만원에 상당하는 워크인쿨러 시스템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워크인쿨러는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인건비를 절감시키는 핵심설비 중 하나다.
“매장 수가 늘어나면 본사는 물류이익이 증가합니다. 그 이익을 가맹점과 공유하려 합니다. 공유된 이익은 가맹점 매출과 이익을 창출시켜 다시 본사와 가맹점을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선순환 구조, 그것이 핵심 경영요소입니다.”
상생의 대상은 본사 직원도 해당된다. 직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머리, 가슴,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 베푸는 삶, 그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
그는 젊은 CEO와의 ‘상생’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그들과 성장을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젊은 CEO나 신생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프랜차이즈 펀드라고 보면 된다.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자금이 없어 도태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가능성은 있는데 자금 문제로 없어지는 브랜드를 보니 안타깝더라고요.” 젊음 하나 믿고 뛰어든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대표다.
그는 성장기에 있는 회사가 자금의 도움을 받아 크게 성장하는 등 선순환 하는 구조를 만들고 나아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쎄시봉’ 이장희씨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내 돈이 과연 무엇일까? 내가 쓴 돈이 내 돈이지 갖고 있는 돈은 내 것이 아니’라고요. 생각할수록 의미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이윤 추구인데 양적인 가치만 놓고 본다면 그 기준이 의외로 높지 않더라고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사업적으로 풀어보겠다 생각하게 된 이유다.
이 대표는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베푸는 삶, 그것이야 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와바' 100년’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베푸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