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른에 비해 열도 많고, 체표면당 땀샘의 숫자가 2배 이상 많으며, 신진대사도 활발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어른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런데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시점, 아이가 여전히 땀을 많이 흘린다면 단지 더위 탓만 할 수는 없다. 땀은 아이에게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일지 모른다.
▶여름 무더위 속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린 아이
지금도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가 여름 무더위를 평온하게 보냈을 리는 없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가뜩이나 땀이 많은 아이가 폭염으로 인해 더욱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란 사실은 불을 보듯 빤하다. 더구나 엄마는 아이의 땀이 그저 더위 탓이라고 여겨 무심코 넘겼을 수 있다. 새 학기와 가을의 입구에 들어선 지금, 땀을 많이 흘린 아이를 위해 가을 보약으로 원기와 진액을 보충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창원 분당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아이가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리면 입맛도, 기력도 떨어져 새 학기 적응과 가을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아이의 떨어진 기력부터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바람도 서늘해지고 일교차도 심해진 이 때, 땀이 식으면서 환절기 감기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아이가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폐를 튼튼하게 보하고 면역력을 탄탄히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만히 있는데도 땀 뻘뻘 흘린다면 다한증 의심
땀을 흘릴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면 소아 다한증과 같은 병적인 땀으로 볼 수 있다.
이창원 원장은 “소아 다한증은 땀 분비가 정상적인 체온조절의 범위 이상으로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머리 혹은 전신에 많이 나는 것을 말한다. 한방에서는 폐장과 비장 등 신체의 주요 장부 기능이 약해지면, 외부의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과도한 땀을 흘리게 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폐의 기운이 약하면 체표에서 기운을 가두지 못하고 흘러나가게 되는데 땀이 흐르는 것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노는 데도 땀을 뻘뻘 흘린다. 폐의 기운이 약한 아이는 자연히 가을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잦은 감기나 아토피피부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에 폐의 기운을 보강하는 약재로 아이의 기력과 다한증을 다스려야 한다는 이원장의 설명이다.
▶머리에서 땀 줄줄 흐르면 소화기 이상 의심해봐야
머리는 따뜻한 기운이 모이는 곳인데, 나쁜 기운과 양기가 부딪치면 진액이 위쪽으로 몰려서 머리에 땀이 많이 나게 된다. 주로 만성적인 식체(食滯), 즉 식적(食積)이 있을 때 머리 땀을 많이 흘리는데, 잠들 때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식적은 음식물의 나쁜 기운이 소화기에 쌓여 있는 상태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콧물이나 코막힘, 변비, 아토피피부염 등과 같은 증세가 오래 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비위(脾胃), 즉 소화기의 기운을 살려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소화기 기운이 떨어진 채로 내버려두면 가을과 겨울을 보낼 원기(元氣)를 보충하기 힘들고 장염과 같은 잦은 배앓이로 고생할 수 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로, 아이 역시 식욕이 살아나면서 겨울 추위와 봄 성장을 대비하는 때인 만큼 소화기 기능도 염두하며 다한증을 치료한다.
▶손발, 겨드랑이, 가슴 등 특정 부위에 땀이 많다면
손이나 발에 땀이 많은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양명증’이라 하여 몸의 진액이 위장에 몰렸다가 과도한 열이 이를 억눌러서 손발로 넘쳐 나와 땀을 흘리는 것으로 본다. 이때는 위장의 열을 다스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가슴이나 겨드랑이, 등 부위의 땀이 많이 나는 경우, 이는 ‘심한’이라고 하여 심장에 쌓인 과도한 열이 원인인 것으로 본다.
이창원 분당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심장의 열(심열)은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등 심리적인 긴장으로 많아지게 되는데, 아이들이 밤늦도록 컴퓨터를 하거나 TV시청을 많이 한 경우, 지나친 사교육, 가정불화, 교우관계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라면 크게 놀라거나 다친 후에 이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때는 아이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심열을 다스리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약재로 다한증을 치료하게 된다.
<도움말, 이미지제공=분당 아이누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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