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馬云) 알리바바 회장도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경제의 성공이자 인터넷업계·중소기업의 성공"이라고 상장 소감을 밝혔다.
◆ 중국 부의 판도 재편한 패러다임 시프트 촉발
알리바바 상장 후폭풍이 중국을 강타했다. 단순히 또 하나의 새로운 부호가 탄생했다는 의미를 넘어 중국 부의 판도를 재편성하는 대전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촉발시켰다. 기존에 고위층과의 관시(關係)를 발판으로 한 부동산재벌이 장악했던 중국부호 순위가 자수성가한 IT(정보통신) 창업자들로 대체되고 있다. 마윈, 리옌훙(바이두 회장), 마화텅(텅쉰 회장), 레이쥔(샤오미 회장)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들어 중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9월19일(현지시간) 이뤄진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은 이 같은 변화의 상징이다. 알리바바는 공모가(68달러)보다 38.09% 상승한 93.89달러에 마감해 시가총액 2314억4000만달러(약 24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미 증시에 상장된 IT기업 가운데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시총 4위에 해당한다. 페이스북, 아마존, 이베이 등 기라성 같은 IT 거물을 모두 제쳤다.
중국 상장기업 중에서는 차이나모바일과 페트로차이나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또 중국 IT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알파벳 첫 글자를 따 BAT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기업 텐센트(1512억달러), 포털 바이두(786억8000만달러)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창업자 마윈 회장도 단숨에 중국 최고부호 자리에 올랐다. 후룬(胡潤) 중국 부자연구소 연구원이 24일 발표한 '2014 중국부자 순위'에 따르면 마 회장은 250억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외에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중화권 전체 부호 순위에서도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312억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5세에 플라스틱 외판원으로 생업전선에 뛰어든 리카싱은 수십 년간 중화권 갑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전설적 인물인데 마 회장이 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순위에서 눈에 띄는 것은 IT기업 대표의 약진이다. 마윈 외에도 마화텅, 리옌훙 회장이 5·6위를 기록했고 알리바바와 경쟁하는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상청 창업자 류창둥 회장(9위), 중국에서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강자로 떠오른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10위) 등이 탑10에 들었다.
반면 부동산재벌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부동산개발업체 오너들은 지난해만 해도 완젠린 완다그룹 회장이 1위를 차지하는 등 10위권 안에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왕 회장(242억달러)이 2위로 밀려났고, 옌빈 화빈그룹 회장이 8위를 기록하는 등 10위권에 2명만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밖에 제조업을 대표하는 중국 최대 식음료업체 와하하의 쭝칭허우 회장과 신재생에너지기업 하너지홀딩스그룹의 리허쥔 회장도 공동 3위에 그쳤다.
루퍼트 후게베르프(Rupert Hoogewerf·중국명 후룬) 후룬보고서 발행인은 "최근 2년간 중국의 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산도 IT쪽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부동산과 철강 등 전통산업 업황이 신통치 않아 당분간 IT산업 부자들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제공=서울대학교
◆ '제2 마윈' 꿈꾸며 몰려드는 청년·사모자본들
마 회장의 성공은 중국 벤처기업과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중국 IT산업의 메카인 중관촌(中關村)에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실업가와 여유자본을 투자하려는 사모자본이 제2의 마윈을 꿈꾸며 몰려들고 있다.
마윈은 "만약 내가 성공한다면 80%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벤처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1964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160cm도 안되는 작은 키에 왜소하고 볼품없는 외모인 자신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마윈의 창업을 돌아보면 그가 오늘날과 같은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3수 끝에 항저우사범학원 영어학과에 입학한 마윈은 영어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미국 출장 중 처음 접한 인터넷에서 영감을 얻은 마윈은 귀국 후 아내, 친구와 함께 2만위안(약 338만원)을 모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하이보네트워크'를 설립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후 전자상거래에 눈뜬 마윈은 1999년 20평의 아파트에 18나한으로 불리는 아내, 친구, 동료 등 18명과 함께 자본금 50만위안(8450만원)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사이트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2003년 만든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로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장악한 마윈은 올해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뉴욕증시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 상장으로 마윈뿐 아니라 알리바바 임직원들도 돈방석에 앉았다. 알리바바가 상장에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기업공개) 신청서류에 따르면 알리바바 전·현직 직원(창업자와 임원 제외)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을 통해 보유한 지분은 26.7%에 달한다.
중국 언론 북경신보(北京晨報)는 상장으로 알리바바 임직원 1만1000여명이 1인당 평균 422만달러(약 43억8800만원)의 상장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마 회장은 벼락부자가 된 알리바바 직원들의 무더기 퇴사가 예상되는데 대해 "그것은 그들의 권리인 만큼 직원들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다"며 "개방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나는 95% 이상의 알리바바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 알리바바 생태시스템을 건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0∼30년 뒤 중국의 500대 기업 중 200개 기업의 창업자가 알리바바 출신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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