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돌발 행동에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BOJ의 모험으로 엔저 여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올 연말 엔·달러 환율로 115엔대를 점치고 있다.

홍석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달러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은 위쪽에 있다”며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견조하고 양국 간 통화정책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 애널리스트는 “엔·달러의 지나친 상승은 일본 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에서 BOJ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올 연말 엔·달러 예상치를 115엔으로 잡았다.


앞서 BOJ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양적질적완화(QQE)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연간 본원통화를 증가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80조엔으로 확대, 국채 매입 대상 만기도 7~10년물까지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직접적인 금융시장 부양을 위해 실시하던 ETF(상장지수펀드)와 J-REITs(부동산투자신탁) 매입 규모도 기존보다 3배 늘려 각각 3조엔, 900억엔으로 확대키로 했다.

당초 시장은 소비세 인상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3월 이후에나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BOJ는 소비세 인상 이후 줄어드는 국내 수요와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이 문제라고 보고 이번 양적완화 확대를 결정했다.

홍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엔화약세의 기조가 글로벌 달러를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아베노믹스 초기부터 엔·달러와 원·달러 환율의 민감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원화 역시 동반 약세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엔·달러 급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역시 상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원·달러 환율의 11월 예상 범위를 1050원~1090원선으로 제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환 당국이 수출주에 대한 우려로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과의 ‘환율 전쟁’(currency war)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