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는 '자식바보'인 아버지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진행한 '불효소송'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휴먼 가족드라마다. 가장으로서 평생을 가족과 자식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 드라마를 통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버지 인생 키워드'를 살펴보자.
◆'행운' 찾다 '행복' 밟지 마라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순봉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아버지고 가족이다. 드라마는 일찍 사별한 후 홀로 3남매를 키워온 헌신적이고 자상한 아버지 차순봉과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제사에도 함께하지 못하고 돈에 치여 살거나 심지어 가족을 뒤로하고 신분상승을 꾀하는 현실적인 3남매의 삶이 교차한다. 차순봉은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자식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려고 애쓴다.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차순봉 역의 유동근씨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살았는지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너무 죄송하다. 지난날의 나를 용서하고 우리 아이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부모에게는 자식으로서의 삶을 반성하고 아버지로서 자식을 향한 소망을 솔직한 심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원 등지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애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네잎클로버의 뜻은 행운이다.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빗겨가서 목숨을 건졌다는데, 죽음이 비켜갈 만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잎클로버는 무엇을 뜻할까.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3남매는 명예, 신분상승, 돈과 같은 수많은 네잎클로버(행운)를 찾아 헤매다 정작 가족이라는 세잎클로버(행복)를 밟고 지나쳐 버린 것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이다.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파생된 말이기도 하다. 중세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찼다고 한다. 여기서 '킥 더 버킷'이라는 말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마에서 아버지 차순봉은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지만 수술대신 조용히 가족과 보내기를 원한다. 그는 3개월 동안 자신이 3남매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1. 3개월 동안 아침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기
2. 하루에 한번씩 자식들이 자신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는 것
3. 노처녀 큰 딸 3개월간 맞선 10번 보고 시집 보내기
4. 직장을 잡지 못하고 떠도는 막내로부터 용돈 100만원씩 받기
5. 처가에서 사는 아들내외랑 3개월동안 살기
이처럼 독자 여러분도 을미년 새해에는 '작심삼일'하기 쉬운 거창한 계획보다 소박한 3개월짜리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어떨까. 가족이 함께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바쁜 일상에 가족과 아침이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계획해보자. 부모님에게 자주 안부전화를 하자. 큰돈은 아니지만 부모님에게 매달 꼬박꼬박 용돈을 드리자. 배우자, 자녀와 더 많이 대화하자. "가족끼리 왜 이래?"가 아닌 "가족이니까 그래!"라고 할 수 있는 가족 버킷리스트가 많을 것이다.
/사진제공 KBS
◆아버지의 현명한 '불효소송'
드라마에서 3남매는 30년 동안 운영해온 두부가게를 미리 증여받고 그곳에 건물을 지어 아버지가 편안하게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면서 갈등이 불거진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는 자신밖에 모르는 자녀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하지만 실제 법률적 용어로 불효소송이라는 말은 없다. 엄격히 따지면 이는 조건부 증여에 있어서 조건을 성취하지 못해 반환청구소송을 하는 것과 같다.
요즘 이와 같은 불효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전국 법원의 집계를 보면 2002년 68건에서 2010년 204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노노(老老)상속이 일반화되면서 늙은 부모가 부양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사전에 유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지만 자식들이 유산만 받고 부양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 부모가 유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차순봉은 판사 앞에서 불효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저는 살면서 자식들에게 한번도 회초리를 든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잘 되라, 잘 되라 가르쳤지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해서 못난 아버지가 뒤늦게나마 깨우치고 자식들에게 회초리를 들까 하는데 자식들의 머리는 너무 굵었고 저는 너무 초라하여 손에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법으로 그 회초리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제 인생의 마지막 회초리입니다."
아버지의 자식사랑에 대한 깊은 속내가 드러나는 고백이자 현명한(?) 불효소송의 한 장면이 아닐까.
드라마와 다른 얘기지만 이처럼 '불효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산을 증여하는 경우 단순증여가 아니라 의무가 부가되는 부담부 증여라는 점을 법률상 명확히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자식 간이라 할지라도 명시적인 '부양의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평생동안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몸이 상하는 줄도 모르고 '자식바보'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어찌 드라마 속 차순봉뿐일까. 차순봉은 나의 아버지이고 우리 가족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청춘은 우리가 먹고 자라는 데 거름으로 쓰였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들은 자신의 굽은 어깨를 누군가가 토닥여주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 미스고가 암과 싸우면서도 가족과 자식들을 염려하는 차순봉의 쓸쓸한 심정을 이해하며 살뜰히 어루만져준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 아버지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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