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은 그가 떠난 지 44년이 지났음에도 유한양행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최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 등 갑의 횡포를 다루면서 비교사례로 유 박사의 정도경영을 소개했다.
방송이 나간 후 ‘올바름’에 목말랐던 대중들은 그에 환호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2일 유한양행 주가는 하락세를 뒤집고 전거래일 대비 1.2% 상승했다. 하지만 유한양행 주가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중들의 관심만큼 올해 주가도 정도를 걸을 수 있을까.
/사진제공=유한양행
◆최초 매출 1조 달성… 실적도 ‘견고’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증권가에서는 세계 제약회사 100위권 안에 국내 제약업체가 전무한 점을 감안하면 매출 1조원 달성은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업체의 경우 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했고 업체끼리 비슷한 약으로 경쟁하다 보니 크게 성장하기 힘든 시장구조였다”며 “업체의 규모가 크지 않아 연구개발비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워 신약 출시도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번 유한양행의 매출 1조원 달성은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앞으로 국내 제약업체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며 “해외 대형제약업체를 넘어설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 유한양행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실적예측 평균치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9%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8%,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26.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뇨병 치료제인 트라젠타, B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 등 도입품목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년 동기대비 성과급이 증가해 비용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액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감소하고 도매마진을 인하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의약품 도매업계와 유통마진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 100억원 이상의 마진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이 지분 30%를 소유한 자회사 유한킴벌리의 배당금도 실적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태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순이익을 전년대비 10.1% 증가한 1493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한킴벌리가 지난 4분기에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12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유한킴벌리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0% 증가한 1조4209억원, 순이익은 10.6% 늘어난 1651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이로써 유한양행의 지분법이익도 전년대비 13.8% 증가한 62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대비 낮은 주가, 올해는?
지난 2012년부터 유한양행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주가는 16만원에서 20만원 사이를 맴돌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률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영업이익률이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유한양행의 영업이익률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2012년 7.14%, 2013년 8.48%, 지난해(3분기까지) 5.02%다.
녹십자는 같은 기간 9.16%, 8.87%, 11.84%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광동제약도 지난 2012년부터 10.92%, 9.48%, 9.8%로 집계돼 유한양행보다 다소 높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매출 1위 기업임에도 영업이익률이 낮은 점이 주가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승세와 주가가 반대로 가는 원인으로 대박을 터뜨린 신약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국내 제약업계는 연구개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힘들어 해외업체의 상품을 가져와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상품매출(해외 대형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의 비중이 높아 수입도매상처럼 외형성장을 거듭할 경우 대도약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한양행도 이 같은 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해부터 마진을 개선했다. 특히 마진이 높은 원료의약품(API)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API사업부의 수출실적은 1459억원으로 전년대비 309억원(26.45%) 늘었다.
또한 유한양행이 해외에 원료의약품으로 납품 중인 C형 간염 치료제의 완제품이 미국 현지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것도 수출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 제품의 수출이 올해 전년 동기 대비 21.6%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올해 수출전망치도 17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5%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실적전망이 양호함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의 매출성장에 힘입어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 25만원을 제시했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 6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성장동력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23만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지난해 국내 제약시장은 리베이트 강력규제라는 칼바람과 함께 불황의 여파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다만 유한양행은 그 영향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베이트성 영업을 하지 않고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민족에게 도움을 주자’는 고 유일한 박사의 창업정신처럼 ‘가장 많은 수익을 내 주주들에게 도움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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