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떠오른 곳은 SK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는 SK네트웍스다. 이 회사는 KT렌탈 인수를 통해 명실공이 렌털 업계 1위 자리를 노린다.
롯데와 한국타이어도 KT렌탈 인수전에 적극적이다. 롯데는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진 않지만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인수 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타이어 단일 사업으로 성장의 한계를 느낀 한국타이어는 KT렌탈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꿈꾼다. 저마다 계산법은 다르지만 KT렌탈 인수에 뛰어든 투자회사는 현재까지 총 9개사다.
다만 업계에선 SK네트웍스와 롯데, 한국타이어 등의 3파전으로 축약되는 쪽에 무게를 둔다. KT렌탈의 차기 주인으로 3곳이 적절한 기업으로 평가 받아서다. 새해 초 M&A시장을 뜨겁게 달군 KT렌탈의 인수대전을 알아봤다.
표현명 KT렌탈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 알짜배기 1조원 매물을 잡아라
KT렌탈의 새 주인을 위한 2차전은 1월28일 결정날 전망이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가 이날 본입찰을 실시한다. 1차전은 지난해 판가름났다. 앞서 크레디트스위는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한 바 있다. 그 결과 20여곳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했다. 크리디트스위는 이 중 9개 기업을 추려 인수적격후보로 선정했다.
인수적격후보가 된 대기업은 앞선 3개사 외에 효성이 추가됐다. 중견기업으론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협력사인 'SFA'가, 사모펀드(PEF) 중에는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3곳이 참여했다. 이밖에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도 KT렌탈 인수적격 후보군으로 꼽혔다.
3차전인 최종입찰은 본입찰이 끝난 직후 주관사의 논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KT렌탈 인수금액이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수경쟁이 치열한 만큼 1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렌탈은 렌터카시장 점유율 26%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지난 2013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23.6% 늘어난 8852억원에 달한다. 같은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70억원, 323억원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영업이익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10년 안팎이면 매각비용을 뽑아낼 수 있다. 여기에 신시장 구축, 업계 1위 탈환이라는 명분까지 합치면 KT렌탈 인수기업의 기대 가치는 더 올라간다.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KT렌탈 인수를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현재로선 대부분의 투자사들이 인수전략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모양새다.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이 M&A"라며 "진행 과정에 대해선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투자사 측도 "지금은 통화하기 곤란하다"며 입장표명을 피했다.
M&A시장의 열쇠를 쥔 것은 인수희망 기업의 현금유동성이다. 아무리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라도 일시적 자금부족 현상을 겪는다면 언제든지 딜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KT렌탈의 차량렌털브랜드 ‘KT금호렌트카’ /사진=머니투데이DB
◆ SK네트웍스 vs 롯데·오릭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SK네트웍스가 현재로선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이 회사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1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KT렌탈의 매각비용이 1조원을 넘어선다고 해도 자금조달에 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SK네트웍스가 유력후보자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기업 중 유일하게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7% 수준으로 업계 4위에 불과하지만 KT렌탈을 얻게 된다면 30~40%로 점유율이 상승해 단숨에 1위가 될 수 있다.
렌터카뿐만 아니라 SK주유소, SK스피트메이트 등 주유와 자동차서비스도 운영하는 만큼 KT렌탈을 인수하면 관계사들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KT렌탈 내부에서도 SK네트웍스가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감지된다"며 "SK네트웍스가 인수한다면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KT를 품기 위해 '적과의 동침'까지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와 일본계 렌터카기업 오릭스다. 양측은 현재 컨소시엄을 구성해 KT렌탈 인수 협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오릭스가 자금을, 롯데는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오릭스가 단독으로 KT렌탈 인수전에 나설 경우 '반일감정'이라는 리스크를 떠 안아야 한다. 때문에 국내 기업인 롯데와 손잡고 이러한 약점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이번 '연합전'의 심리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와 손잡게 되면 롯데 측도 손해볼 일이 없다. 부족한 자금을 오릭스가 채워주는 동시에 일본에서 렌터카를 운영하는 노하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롯데 입장에선 신시장 구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때 SK네트웍스와 함께 KT렌탈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해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력후보자에서 점점 밀리는 추세다.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19.49%를 인수하는 데 소요될 자금은 약 1조9000억원 수준이다. 한국타이어는 "6000억원 정도를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당장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자금력을 앞세운 SK네트웍스의 강세 속에 롯데와 한국타이어의 반격, 그리고 중견투자자들의 히든카드 여부에 KT렌탈 인수전의 승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