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제1야당 시리자 당의 당수 알렉시스 치브라스가 지난 3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리스(Greece)가 유로존에서 빠져나간다(Exit)는 뜻의 그렉시트(Grexit).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그렉시트 불안감은 우리 증시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12월8일 종가 기준 1978.95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1876.27로 내려가며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19거래일 만에 102.68포인트(5.52%) 하락한 셈이다.
그렉시트의 원인은 그리스의 정정 불안에 있다. 현재 그리스는 신민당과 사회당이 연립해 집권하고 있으나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시리자당은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과 긴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시리자당이 오는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향후 그리스의 행보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경우의 수를 가정해 예상해봤다.
◆ 그렉시트가 일어날 확률, 10%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90%의 확률로 그렉시트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70%의 확률로 시리자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후 기존의 긴축정책을 유지한다고 예상했고 20%의 확률로 연립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2월 말 종료예정인 그리스 구제금융이 계획대로 진행돼 그렉시트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그리스 여론조사업체 GPO가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75.7%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리자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심을 져버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허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트로이카에 대한 국가채무 잔액 약 3217억 유로 중 20%가량인 649억 유로를 독일에 빚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은 시리자당의 주장대로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이 재정취약국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무기로 트로이카와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총선에서 승리한 시리자당이 강경노선을 고수해 그렉시트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허 이코노미스트는 이 경우가 일어날 확률을 10%로 예측했다. 그는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신규화폐 발행으로 그리스 통화가치가 200~300% 가량 하락해 은행이 도산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전염될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ECB가 나서서 무제한 국채매입과 은행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상황까지 감내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미 리스크 반영된 증시, 지금이 저점이다
지난 2012년 4월 그렉시트 우려가 발발했을 때 그해 6월까지 코스피는 6% 급락했다. 그 때와 비교해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다른 조건이 변화됐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변화된 주변 조건을 수정해 향후 국내 증시의 범위를 어느정도 측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시리자가 승리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코스피는 170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렉시트의 위험이 없어진다면 국내 증시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지난 4년간의 시장을 비춰봤을 때 예상 코스피 저점은 1880포인트로 현재 수준과 비슷하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이미 현재 주가는 모든 리스크를 반영해 바닥을 친 상황이고 앞으로 그렉시트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이는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셈이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렉시트가 정말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로 인한 변동성 확대는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핵심은 새정부와 트로이카 간의 구제금융 재협상의 진행 방향”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시리자 등의 급진적인 요구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고 독일 등도 과도한 긴축 방침을 일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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