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얼마 전 독립한 새내기 나홀로족 박미영씨(30). 박씨는 아예 1인 맞춤형 인테리어로 집안을 꾸몄다. 1~2인용 식탁과 소파, 옷장 등을 들여놓고 슬림형 냉장고와 3kg짜리 미니세탁기, 소형밥솥 등 살림살이 일체를 1인 가구에 맞췄다. 총 비용은 100만원대. 침대와 정수기는 한달에 일정비용을 지불하는 렌털업체를 통해 빌렸다. 박씨는 “언제까지 이 집에 살지 확실치 않은데 비싸고 좋은 가구를 살 필요가 없다”며 “1인 전용 가구와 침구는 쓸데없는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관리도 쉬워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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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 증가로 소비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어딜 가도 이들을 위한 제품이 넘쳐난다. 가구부터 가전,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소형·소용량화가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나홀로족이 살맛 나는 세상이다.
◆‘간편 채소’ 경쟁 치열… 매출 급증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혼자 사는 싱글족은 ‘1+1’ 행사상품을 포함해 대용량, 묶음상품이 넘치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가 달라졌다. 소포장상품을 확대하는 등 싱글마케팅에 주력하는 것.
이마트는 1인 가구를 위한 ‘990야채’ 코너를 운영한다. 기존 포장에서 중량을 3분 1가량 줄여 당근, 양파, 마늘, 대파, 고추 등 야채 10여가지를 990원에 판다. 990야채는 야채코너 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판매량이 늘었다.
이마트는 이와 함께 보관과 조리가 편한 반가공형태의 신선식품, 곧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식도 판매 중이다. 쓸데없이 많은 양을 사지 않아도 되고 식료품비도 절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홈플러스도 ‘간편 채소’ 7종을 출시했다. 각 요리별 필요 채소들을 레시피에 맞는 비율과 크기로 절단 및 세척해 바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볶음밥용 채소에는 감자, 당근, 양파, 애호박, 표고버섯이 적당한 비율로 썰려 있어 포장을 뜯어 바로 볶기만 하면 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인용 소포장 간편식 매출이 전년대비 30%가량 늘었다. 간편조리식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2년 12.5%, 2013년 15.8%, 지난해 20.2%로 꾸준히 높아졌다. 소포장상품 종류 역시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31종, 37종에서 지난해 208종으로 2년 새 571%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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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가구업체도 싱글잡기 나서
싱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즉석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편의점 대표 먹거리인 도시락, 김밥, 삼각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외에도 호텔식 레스토랑 요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즉석 먹거리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싱글족을 겨냥한 명절 선물세트까지 내놓았다. CU는 ‘소포장 제수용세트’를 선보였고 세븐일레븐도 ‘유기농 미니조미료 18종 세트’, ‘소용량 홍삼세트’ 등을 출시했다.
생활가전·가구업체들도 싱글족의 생활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한샘은 1인 가구용 침실브랜드 ‘아임’을 내놨는데 디자인이 간결하고 헤드(침대 머리판)의 높이를 낮춰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 점이 특징이다. 가격도 22만원대로 일반침대에 비해 저렴하다.
이밖에 한샘은 밤에는 침대, 낮에는 소파로 활용할 수 있는 그루침대, 접으면 의자로 변신하는 침대인 매그 소파베드 등 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까사미아는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데일리까사미아’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침대 헤드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침대, 접이식 테이블 등 좁은 공간에 놓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
가전브랜드 역시 ‘작은’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LG전자는 주요 가전제품 7종으로 구성된 ‘꼬망스 콜렉션’을 선보였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출시된 이 콜렉션은 1개의 문으로 디자인된 미니냉장고, 핸디형과 스틱형을 결합한 청소기, 23L 용량의 전자레인지 등으로 구성돼 싱글족에게 인기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인 맞춤형 냉장고 슬림스타일을 선보였다.
◆생활필수품 정기 배송서비스
싱글족은 이것저것 혼자 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쇼핑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많은 싱글족이 클릭 한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온라인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쇼핑몰에도 ‘싱글’ 만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
생활필수품을 정기배송하는 서브스크립션이 대표적. 이곳에서는 싱글족에게 꼭 필요한 생수, 즉석밥, 치약 등을 잡지 정기구독처럼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과일 싱글박스는 월 2만2000원에 바나나, 파인애플, 석류, 자몽, 오렌지 등을 모아 배송한다.
집밥의 완성 기본은 2만6600원에 국 1가지와 반찬 4가지를 받을 수 있다. 정기배송을 신청하면 할인도 가능하다. 애완동물용품이나 꽃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밖에 가사도우미를 보내주는 덤덤 우렁각시 서비스, 출장 세차 등 싱글족의 수고를 덜어주는 다양한 상품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이렇듯 싱글족이 증가함에 따라 그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 늘고 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싱글족은 수입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 기혼자보다 씀씀이가 좋은 편”이라며 “건강하고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을 꾸리는 걸 즐길 뿐만 아니라 음식과 문화생활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도 중요한 소비축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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