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공식출범한 NH농협금융은 3년 만에 ‘금융공룡’의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지난해 말 NH농협금융의 총자산은 393조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국내 3대 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 하나금융(392조원)을 근소한 차이로 추월했으며 1·2위인 신한금융(407조원)과 KB금융(405조원)과도 격차를 크게 좁혔다.
출범 당시 240조원에 머물던 몸집을 단기간에 급격히 불린 셈이다. 출범 당시 “오는 2020년까지 자산 420조원으로 키우겠다”던 청사진에 이미 근접했다. 가히 금융공룡의 공격적인 행보가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할 만하다. 이는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가 결정적 디딤돌이 됐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은행·보험·증권의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국내 4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급격한 외형적 확대에 비해 내실 측면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NH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7685억원으로 하나금융(9377억원)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BS금융(8098억원)에도 밀렸다. 외연으로는 신한금융·KB금융과도 견줄 만하지만 내실 면에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어선 신한금융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출범 당시 내걸었던 ‘2020년 연간 순익 3조8000억원’ 목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사진제공=농협
◆전국 최다 점포… 대포통장·정보유출 ‘불명예’
NH농협은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린 점포를 자랑한다. 지난 2월 기준 서울지역에선 KB국민은행(약 420개)이나 우리은행(약 470개)에 견줘 NH농협은행(178개)의 점포 수가 절반에 불과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전국의 NH농협은행 점포 수는 1177개로 KB국민은행(약 1160개), 우리은행(약 994개)을 앞선다. 게다가 지역농·축협(1147개)까지 합치면 2324개로 단연 으뜸이다. 덕분에 전국에서 가장 친근한 금융기관으로 첫 손에 꼽힌다.
이와 같이 거미줄 영업망을 무기로 ‘리딩뱅크’의 잠재적 역량을 지닌 NH농협금융은 정체된 조직 문화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은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NH농협이 대포통장 최다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박수칠 만했다. NH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쟁 선포 후 100일 만에 대포통장 발생 비율이 58.6%에서 2.8%로 뚝 떨어졌다.
큰 홍역을 치른 정보유출 사태 또한 정보보안 강화의 밑거름이 됐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감지해 실시간 대응하는 FDS시스템(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등 새로운 신뢰 구축에 적극 나섰다.
올해 출범 4년차에 들어선 NH농협금융은 고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희망, 완벽한 준비’라는 의미의 농협금융 대표 투자 상품인 ‘올셋’(Allset) 상품을 내놓고 신복합점포를 개점하는가 하면 금융·유통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범농협카드도 새롭게 선보였다.
“올해는 출범 4년차를 맞아 외형에 걸맞은 수익성 회복과 고객 신뢰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NH농협금융의 각오다.
그러나 겉모습만 꾸며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 금융권 안팎에서 "NH농협금융의 환골탈태는 뼛속 깊이 곪은 지배구조의 개혁 없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는 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과 뿌리 깊은 관치금융의 그늘이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혹독한 내분사태를 겪은 KB금융은 지배구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NH농협금융도 독립된 사외이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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