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시승한 BMW GT 320d Xdrive는 ‘다른 의미의 하이브리드’였다. BMW가 GT 320d에 세단과 SUV, 쿠페의 장점을 하나에 담으려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GT’(그란투리스모)는 그랜드투어링, 즉 대륙횡단 등 장거리여행에 적합한 자동차라는 뜻이다. 과거 유럽의 제조사들은 자동차 경기용의 레이싱카를 만든 뒤 똑같은 모델을 일반인에게도 판매했는데 이는 일반도로에서 운행하기에는 매우 불편했다.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 스포츠카의 승차감을 높이고 적재공간을 넓힌 모델이 개발됐고 이것이 발전한 게 현재의 ‘GT’ 모델이다. 시작부터 레이싱카와 일반 자동차의 ‘하이브리드’였던 셈이다.
사실 오늘날 ‘GT’라는 이름은 본래의 의미와 큰 관계는 없다. GT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 모델이 넓은 실내공간과 충분한 적재량을 확보한 ‘패밀리 카’로 적합하면서도 고속운행 등에선 운전의 재미까지 선사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준다.
◆3시리즈 맞아? 실내는 5시리즈급
처음 마주한 3GT는 컸다. 3시리즈의 콤팩트함을 예상했던 기자는 혹시 다른 차가 아닌가 싶어 한참을 둘러봤다. 마침 기존의 5시리즈 GT모델이 주변에 있어 외관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3시리즈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시리즈 GT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824mm, 1828mm로 3시리즈와 5시리즈 세단의 중간 수준이다. 전고는 1508mm로 5시리즈 세단보다 오히려 높다.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왜건 형태의 3시리즈 투어링보다 크다. 특히 축간거리가 넓어 실내공간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전면의 키드니그릴등 디자인 요소는 단단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5시리즈 GT가 투어링에 가까운 디자인이라면 3시리즈 GT는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다.
3GT는 쿠페의 전형적인 요소인 프레임리스 도어를 채택해 스타일리시하다. 프레임이 없는 창문은 차 문 개방 시 살짝 내려갔다가 문이 닫히면 다시 올라가도록 해 문 개폐 시 손상을 입지 않도록 했다. 측면에는 더블 스웨이지 라인이 적용돼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실내공간은 3GT 최대 장점이다. 앉은 키가 큰 기자는 대부분 세단형태의 자동차를 타면 머리가 닿아 시트를 최대한 낮추는데, 시트 포지션이 높음에도 천장이 여유로웠다. 또한 뒷좌석도 넓어 180cm의 남성이 앉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5시리즈와 비등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존 3시리즈 모델에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실내공간이다.
트렁크의 경우 직사각형으로 뒷좌석 중간까지 깊숙이 적재가능하다. 골프백 3~4개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공간이다.
3시리즈 GT의 기본 트렁크용량은 520ℓ로 투어링(495ℓ) 대비 25ℓ 크고, 뒷좌석을 접을 경우 1600ℓ까지 늘어나 투어링(1500ℓ)보다 100ℓ 넉넉하다.
◆주행성능 탁월… 편의사항은 불편
주행성능은 세단모델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옮겨왔다. 3시리즈 세단에 탑재된 184마력의 트윈터보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다만 공차중량이 늘어난 까닭에 복합연비는 16.2㎞/ℓ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연료효율 1등급은 여전하다.
세단 대비 차체무게가 다소 늘었음에도 가속감은 그대로다. 시승기간 동안 대부분의 구간을 컴포트로 주행했는데 굳이 스포츠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가속감은 충분했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가속이 더욱 강력하고 핸들감도 무겁게 조정된다.
에코프로모드를 선택하면 다소 답답하지만 연비를 향상시켜 주행할 수 있다. 도심주행이나 정체 시에는 이 모드로 주행하면 된다. 에코프로로 주행 시 꽉 막힌 출근길에도 15㎞/ℓ이상의 연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디젤 엔진답게 힘도 만족스러웠다. 운전자를 포함해 건장한 남성 4명이 타고 트렁크에 100㎏ 가량의 짐을 싣고 오르막길을 주행해 봤지만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기자가 시승한 모델이 풀 4륜구동의 xDrive 모델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밖에 연비향상을 위한 섬세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기존 스탑앤고 시스템이 적용돼 정지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것은 물론 최초로 액티브 스포일러가 적용됐다. 액티브 스포일러는 속도가 110㎞를 넘으면 자동으로 펼쳐지고 70㎞/h 이하로 감속하면 자동으로 닫혀 공기저항을 최소화해준다. 물론 수동으로도 조절 가능하다.
액티브 스포일러는 사실 쿠페 전문 브랜드인 ‘Mini’에서 가장 먼저 적용된 기술로 3시리즈 GT모델의 ‘하이브리드 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3GT의 가격은 옵션구성에 따라 5500만~6110만원. Xdrive 모델의 경우 5840만~6340만원으로 기존 3시리즈 모델들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특유의 장점을 갖춰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운전편의기능이 대거 적용돼 운전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다만 BMW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은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BMW 자체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한국에서 나오는 네비게이션에 비해 자세하지 않다. 안전을 위한 장치지만 주행 시 네비게이션 검색이 불가능한 점도 단점으로 느껴졌다. 보조석에서도 검색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드미러가 작은 점도 불편했다. 특히 평면거울이 적용된 운전석 쪽은 사각이 많이 발생해 운전이 쉽지 않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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