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모터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995년 시작된 서울모터쇼는 이제 10회째를 맞는다. 서울모터쇼는 9번의 행사를 치르는 동안 매번 수많은 질책을 받았다. 모터쇼에 자동차는 없고 헐벗은 모델만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관람객수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잘 아는 조직위원회는 모터쇼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의 오명을 벗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모터쇼가 받는 비판을 곱씹어보면 이는 조직위만의 잘못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서울과 부산 두 모터쇼의 조직위는 매회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파리모터쇼가 많아야 120만명 수준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지난 2001년 부산모터쇼가 시작되며 해마다 번갈아 진행된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 사이에는 미묘한 라이벌구도가 형성됐다. 그렇게 만든건 언론이다. 매년 모터쇼가 시작될 때마다 언론은 두 모터쇼의 기록과 수치만을 비교하기 바빴다.

1995년 서울모터쇼의 첫회 입장객은 69만명, 3회인 1999년에는 4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01년에는 부산에서 모터쇼가 개최됐다. 처음 열린 부산모터쇼에 72만7000명이 방문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두 모터쇼의 관람객 부풀리기 경쟁은 시작됐다.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얼마나 잘 운용했는지에 대한 평가보다는 단순한 입장객 수치로만 평가되는 상황에서 두 모터쇼는 관람객 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보다 자극적인 의상을 입은 모델이 주인공이 된 그간의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언론은 이번 모터쇼를 앞두고 몇몇 해외 자동차업체가 불참을 선언하자 불안감을 드러냈다. ‘모터쇼의 꽃’이라고 불리는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급 차량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이제 햇수로 20년, 횟수로 10회째에 불과한 서울모터쇼이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파리·디트로이트·도쿄·제네바모터쇼의 경우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졌다. 이 중 역사가 가장 짧은 도쿄모터쇼만 60년이 넘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상하이모터쇼 만큼의 물리적 영향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두 모터쇼가 갈 길은 하나다. 부풀린 관람객 수치로 자위할 것이 아니라 서울 또는 부산모터쇼만의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주제 아래 관람객이 다른 모터쇼에서 느끼지 못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라는 모토를 내건 2015 서울모터쇼의 내용이 허상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