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사 /사진=머니위크DB
최근 금융업계와 IT업계의 화두는 ‘핀테크’다.

핀테크는 파이낸셜 테크놀로지(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이다. 기존의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리켜 핀테크라 한다. 모바일 결제, 송금, 온라인을 통한 개인자산 관리,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간편결제가 최초 핀테크로서 주목받았다면 두번째로 부각되고 있는 분야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오는 12월부터 지점에 가지 않고 은행 계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실명확인 방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확인 방식이 바뀌었다. 또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권은 내년 3월부터 지점에 가지 않고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금융실명제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에도 비대면 계좌개설을 허용한 것은 규제로 인해 핀테크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이번 정책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증권가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은행과 비교했을때 지점 숫자가 적은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개설이 허용되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 상품 경쟁력이 자금 이동 부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2가지 이상의 방법을 사용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실명 확인을 시행할 예정이다.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등의 4가지 방법 가운데 2가지 이상을 사용해 확인하도록 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최대 수혜는 증권업계가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점과 점포 없이 계좌개설이 가능하면 물리적 숫자가 적었던 금융업권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감독원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지점은 7400여개이며 보험은 7200여개다. 반면 증권업계의 지점 총수는 1300여개다. 결국 증권업계가 수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계좌개설의 편의성이 늘었다는 것은 자금 이동의 편의성이 늘어났음을 뜻한다”면서 “상품 경쟁력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상품은 현재 1%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험은 3%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의 파생결합상품(ELS·ELB·DLS·DLB)은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평균적인 기대수익률은 6%대다. 타 업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초 이후 파생결합상품이 30조원어치나 판매된 것은 ‘수익률’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인해 증권업계로 돈이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직접적 수혜 없다는 분석도

반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면 증권업계에 직접적인 수혜는 은행 연계 증권 계좌 개설의 수수료 절감이다”라며 “다만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점이 타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들은 매년 은행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계좌 개설 대행을 맡긴다. 이러한 ‘수수료’가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비대면계좌개설을 허용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큰 폭의 수수료 절감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

손 애널리스트는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약 15만건이었으며 계좌개설 수수료로 은행에 20억원 가량을 지급했다”면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져도 은행 연계 계좌 개설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소 2가지 이상의 비대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계좌개설에 있어서만큼은 대면 채널(지점 내방)이 여전히 주요한 계좌 개설 통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당장의 수혜가 크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핀테크(Fintech) 활성화 등 기대감은 유효하다”면서 “특히 이번 방안은 그 자체로의 수혜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초석의 역할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