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줄어들자 금고를 풀어 소비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재계가 마련한 내수진작 방안은 동반성장, 휴가 및 월차 장려, 재래시장 상품권 매입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신규 투자를 늘리고 고용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수백억원 인센티브 지급, 긴급자금도 풀어
삼성전자는 최근 103개 반도체 협력사 직원 1만451명에게 141억8000만원의 상반기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올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에 따른 성과를 협력사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지난 2010년부터 반도체 사업장에 상근하는 제조·건설·환경안전 관련 협력사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올해 인센티브는 지급 대상 업체 수와 금액 모두 사상 최대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고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 이자가 부담되거나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6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위축된 경기를 살리고 메르스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10여개의 협력업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7월 구매 대금 약 460억원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적극적인 기업들이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7월 초부터 자영업 및 소상공인 대상 3개월 할부금 납입 특별유예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한 기존 신차 구매고객 중 현대캐피탈에 할부 납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고객이 신청하면 접수일로부터 3개월간 할부금 납입이 유예되며,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다시 납입하면 된다.


한화는 내방객 수가 현저히 줄어든 의료기관과 협력을 통해 상생을 실천한다. 한화 대전사업장은 대전지역 건양대병원과 건강강좌, 건강검진우대, 진료비감면, 장례식장 할인 등을 포함한 협약을 맺고 병원 이용 활성화에 나섰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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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 휴가 장려하고, 전통시장 상품권 구매
임직원들의 휴가를 독려하고 전통시장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대기업은 올 여름 약 7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하계 휴가철을 맞아 3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구매해 임직원은 물론 삼성계열사 사업장에 근무하는 협력회사 및 용역회사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은 올해 설 명절에 2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약 10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은 5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 모두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 여름휴가는 물론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들에게는 수십만 원에 상당하는 한화리조트 상품권을 별도로 지급한다.

LG그룹은 전통시장 상품권 70억원을 구입해 직원들과 협력사에 지급할 예정이며 SK그룹은 전 구성원이 헌혈에 참여하고 회사는 헌혈에 참여한 임직원 숫자만큼 유관기관에 10만원의 온누리 상품권을 기부하는 행사를 가졌다.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현지 임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11월까지 집중적으로 국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내수진작 및 외국인 관광객 한국 방문이 재개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현대차가 주관하는 행사는 50여개국 우수 정비사 월드스킬올림픽, 30여개국 고객만족(CS) 담당자 세미나, 기아차가 주관하는 30여개국 우수고객 초청 행사, 전 세계 주요 대리점 사후관리(AS) 책임자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신규 딜러 한국 초청 세미나, 최우수 딜러단 한국 방문 등 해외 현지 딜러 관련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를 통해 해외 주요국 현지에서 영향력이 큰 현대·기아차 딜러들이 해외 관광객 유치 재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감소로 심각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는데 내수마처 침체되면서 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앞으로 신규투자와 고용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여행자 '방긋', 해외여행자 '눈치'

재계가 올해 하계휴가와 연차를 적극 독려하면서 영업부와 홍보부 등 일부 부서 임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바쁜 업무와 상사 눈치 때문에 올해 휴가도 반납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모처럼 가족들과 여행계획을 잡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A기업 영업부에 근무하는 ㄴ 부장은 "바쁜 업무 때문에 올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며칠 전 상사로부터 성수기 때 휴가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올해 여름엔 오랜만에 가족들과 강원도 일대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B기업 홍보부 ㅎ 차장은 "홍보부에 발령 받고 처음으로 성수기 때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면서 "회사에서 일부 여름 휴가비를 지원해 부담없이 편하게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다만 해외여행을 계획한 직원은 때 아닌 상사 눈치보기에 바쁘다. C기업 총무부에 근무하는 ㅈ 과장은 "여자친구와 함께 8월23일부터 일주일 간 몰디브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인데 아직 상사에게 휴가장소를 보고하지 못했다"면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눈치가 보인다"고 씁쓸해 했다.

D기업 경영기획부 ㅎ 계장은 "요즘 동료들의 메신저 내용을 보면 주로 휴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동료들은 위에다 뭐라고 보고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다만 모든 부서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 부서에만 해당된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