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를 국내에 들여오는 한불모터스 측은 이에 대해 "New 푸조 308 1.6 모델은 이전모델과 모델명만 같을 뿐 외관은 물론 엔진, 변속기까지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며 "따라서 연비를 하향 신고했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New 푸조 308의 연비가 기존모델에 비해 낮은 것은 기존에 적용됐던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 변속기가 아닌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MCP미션은 국내 소비자들이 ‘푸조’ 브랜드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한 주범이다. 같은 계열의 브랜드인 시트로엥에도 이와 비슷한 미션이 사용되는데 시트로엥 브랜드의 미션은 EGS(Electronic Gearbox System)라고 부른다.
이것들은 이른바 ‘자동화 수동 변속기’로 구조적으로는 수동변속기와 같지만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과 기어 변속 레버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수동변속기에 버금가는 연료효율을 보여 수동변속기 차량을 많이 운행하는 유럽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미션이지만 자동변속기 차량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찬밥’ 취급을 받았다.
푸조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출시하는 508과 3008 등에도 자동변속기를 적용할 예정이어서 MCP미션이 장착돼 출시되는 차는 208과 2008이 유일할 전망이다.
◆연비 위해 ‘편안함’은 포기
기자가 시승한 푸조 2008은 단연코 ‘편안한 자동차’는 아니다. 불편한 점은 대부분 MCP미션에서 비롯된다.
처음 마주한 외관은 꽤나 세련된 모습이었다. 크롬소재가 곳곳에 적용돼 반짝반짝한 느낌이 든다. 차량 안으로 들어서면 낯선 느낌이 강하다. 작디작은 스티어링휠 위로 계기판이 보이는 것부터 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들도 익숙지 않다. 아마 흔히 접하는 국산자동차들의 센터페시아가 독일자동차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푸조’가 말하는 프랑스 감성이란 이런 것일까. 또 글래스루프를 살펴보면 주변부에 LED등을 비치해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신선한 내부디자인에 설렘을 갖고 운전석 시트를 조정했다. 최고급 트림임에도 시트레버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푸조 2008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한 모델에 속한다. 스마트키도 적용되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미션을 살폈다. 기존 자동미션의 차와는 달리 변속기가 선택할 수 있는 기어는 ‘R’과 ‘A’, ‘N’이 전부다. ‘A’가 자동변속기에서의 ‘D’기어 역할을 한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경사를 오르자 자동차가 갑자기 ‘울컥’했다. 1단에서 2단으로 기어가 올라간 것이다.
도로에 나와 주행하며 MCP미션을 제대로 체험해봤다. 기어가 올라갈 때마다 ‘울컥’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수동기어 차량에서 기어변속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국내 소비자들이 푸조의 MCP미션을 꺼리는 이유다. 독일 명차들의 8단자동변속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MCP에 적응하기 위해 도심도로를 더 주행했다. RPM이 어느정도 올라갈 때 가속페달을 잠시 놓으면 부드럽게 변속이 된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수동변속기 차량을 이용하듯 변속하면 더욱 부드럽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사실 큰 단점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호불호가 갈릴 것은 확실하지만 기자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운전의 소소한 재미’가 더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효율은 주목할 만하다. 2008의 국내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7.4㎞/ℓ.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2008이 공인연비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낸다고 해 좋은 의미의 ‘뻥연비’차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MCP미션 자체의 높은 효율뿐 아니라 MCP미션이 주는 ‘불편함’이 운전자로 하여금 저절로 연비운전을 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기자가 정체되는 도심구간을 30㎞정도 주행한 후 확인한 연비는 복합연비를 뛰어넘는 17.8㎞/ℓ였다.
◆탄탄한 고속주행에 자동주차까지
푸조 2008의 장점은 고속주행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서울과 전주를 왕복하는 약 400㎞를 주행하며 고속 성능을 테스트 해봤다.
우선 고속주행에서 MCP미션은 더 이상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5단과 6단을 오갈 때의 변속충격은 저단과 비할 바 없이 적었고 1.6ℓ급의 작은 엔진에도 불구하고 꽤나 폭발적인 고속주행능력을 발휘한다.
조향능력도 나무랄 데 없다. 저속주행에서 한없이 부드럽던 조향감은 속도가 올라가면 단단하고 예민해진다. 다만 제동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브레이크페달을 약하게 밟으면 다소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고속구간이 대부분이었던 운행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16.9㎞/ℓ.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다소 강하게 가동한 탓이다.
한편 푸조 2008 펠린 L트림(3090만원)에는 주목할 만한 편의사양이 있다. 바로 평행주차시 주차공간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주는 기능으로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꽤나 쓸 만한 기능이었다. 특히 앞뒤차의 공간이 넓지 않아 차를 사이에 집어넣기 버거운 상황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디스플레이가 가이드 해주는대로 전진과 후진만 반복하면 완벽히 주차가 가능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