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1조원 넘게 제시해 그룹을 재건하려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번 매각가 산정을 주도했다는 얘기가 나돌아 고향 동문으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두 박 회장 사이에 갈등기류가 생겼다.
미래에셋 측은 "매각가격 결정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것으로, 회사가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 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인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가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은 8.55%로 채권단 내 단일회사 중 최대여서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해명을 의심한다.
박삼구 회장 측은 매각가격이 무리하게 높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산업의 매각가를 쉽게 낮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 때문에 여러 투자자와 국민에게 손실을 입히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중론이다.
또한 포스코플랜텍 주식 '헐값매각'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점도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매각가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다. 금호산업 주식 매각과정에서도 이 같은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의 협상을 거쳐 9월 중 자신에게 부여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