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도시는 어디일까. 미국 싱크탱크 브루키스연구소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전세계 300개 도시 가운데 스위스 취리히가 8만2410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 도시로 선정됐다(지난 1월22일 CNN머니 보도). 이어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취리히보다 GDP가 약 400달러 낮아 2위에 올랐다.

3위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산호세(7만7440달러), 4위는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의 하트포드(7만6510달러), 5위는 스위스의 제네바(7만4580달러)가 차지했다. 이어 프랑스 파리(6위), 미국의 보스턴(7위), 브리지포트(8위), 워싱턴DC(9위), 시애틀(10위) 등이 세계 10위권 부자 도시로 꼽혔다.
전세계 10대 부자 도시에 작은 부자 나라인 스위스의 도시가 2개, 거대한 부자 나라인 미국의 도시가 6개나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마카오가 가장 높은 순위인 11위에 올랐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 지위를 가진 마카오는 카지노가 24시간 불야성을 이뤄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린다.

세계2위 부자도시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부자 많은 도시 1위, 런던
부자가 많은 도시 1위는 런던이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미국의 뉴욕이 뒤를 이었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이 부자가 많은 도시인 것은 당연해 보이나 2위에 러시아의 모스크바가 오른 점은 의아할 것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와 중국 컨설팅업체 후룬연구소가 해마다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모스크바를 억만장자가 70명이 넘는 대단한 부자 도시로 평가한다. ‘2013 후룬 리포트’에는 모스크바에 사는 억만장자가 76명으로 뉴욕의 70명을 넘어섰다. 홍콩은 54명, 베이징은 41명이다.

모스크바에 갑부가 많은 이유는 90년대 들어 소련이 해체되고 민영화가 진행된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련 시절 원유, 가스, 각종 광물과 전력 등을 취급하던 거대 공기업을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일부 기업인에게 헐값으로 넘긴 것이다.

경쟁력이 없던 공기업들은 민영화 이후 효율성이 높아졌고 공기업을 차지한 기업인들이 기업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포브스 부호 순위의 상위권에 대거 올랐다. 러시아 최대 부자는 철광석·가스·석유화학·알루미늄·니켈 회사 등의 회장, 대주주, 최고경영자들이다. 이들은 이동통신회사, 미디어그룹, 유통업체, 은행, 선박운송회사 등으로 계열사를 늘렸다.


근래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재산이 줄자 영국에 돈을 갖고 들어가는 러시아 부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국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기 위해 투자이민을 신청한 러시아인 숫자는 역대 최다다. 러시아를 떠나는 부자가 계속 많아진다면 모스크바의 부자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세계2위 부자도시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모나코 갑부 증가율 급증
부자 도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부자의 절대 숫자가 아니라 인구당 숫자로 환산하면 모나코가 1위다. 3000만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갑부가 모나코에는 10만명당 574명에 달한다. 스위스 제네바(10만명당 144명)의 4배 수준이다.

이는 올해 영국의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웰스 리포트 2015’와 미국 보험사 내셔널파이낸셜파트너스(NFP), 자산컨설팅업체 웰스엑스가 함께 발표한 ‘웰스엑스-NFP 가족자산 이전 보고서’에 근거한다.

모나코의 갑부 증가율은 지난해 10%로 유럽의 증가율 3.2%의 3배다. 모나코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호화로운 관광휴양지로 조세가 없고 거주자격에도 조건이 없어 갑부들이 선호한다.

도시인구 1인당 GDP가 아니라 총 GDP를 기준으로 할 경우엔 도시 GDP가 1조달러 이상인 도쿄, 뉴욕, 로스앤젤레스가 각각 1위, 2위, 3위에 오른다. 10위권에 런던, 파리, 오사카, 시카고, 모스크바, 상하이 등이 포진한다.

이들 도시는 전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거대 도시에 속한다. 서울 역시 광역권으로 범위를 잡으면 10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시의 총 GDP는 도시 전체의 경제력과 위상을 양적으로 나타내는 반면 도시 인구 1인당 GDP는 질적인 면에서 평가할 때 의미가 있다.

1인당 GDP는 구매력을 기준(PPP)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 카타르(도하), 룩셈부르크 등이 전세계 최상위 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GDP 명목금액 기준 5만1162달러로 세계 11위(2012년)이면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6만410달러로 세계 3위를 차지한다. 명목금액에 비해 GDP가 구매력 기준으로는 크게 늘어나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선다.

싱가포르는 전세계에서 백만장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자 도시다. 소득세율이 최고 20%에 불과할뿐더러 자본소득과 싱가포르 바깥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전세계 부자들이 몰린다.

싱가포르에는 6명 중 1명이 부동산·주식·보석 등을 제외하고도 미화 100만달러 이상의 가처분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가 적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S&P·무디스·피치)로부터 국가신용도 ‘AAA’ 등급을 받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여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활발한 것도 싱가포르에 돈이 몰리는 요인이다.

◆한국도 부자… 행복지수는?

국가 안의 모든 도시(마을 포함)를 대상으로 하면 널리 알려진 도시가 아닌 곳의 주민이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USA투데이(5월23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뉴욕주에 있는 스카스데일 카운티의 연평균 가구소득이 23만달러로 가장 높다.

인구가 1만7337명인 마을의 주민은 대부분이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미국 평균보다 3~4배 많은 소득을 올린다. 그 외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10곳엔 뉴저지주의 에식스펠스·글렌리지·호호쿠스, 일리노이주의 위네카, 텍사스주의 웨스트유니버시티플레이스·유니버시티파크·사우스레이크, 캘리포니아주의 피드몬트·오린다 등이 포함된다.

이제는 1인당 GDP가 우리나라 대비 높은 국가보다 낮은 국가가 더 많아졌다. 즉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한국도 부자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행복한 마음으로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자 도시가 부럽겠지만 그 도시 안에도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공존한다. 함께 살아가는 인근 주민의 평균 생활 수준에 맞추지 못하는 소득으로 산다면 상대적 빈곤감이 생길 수 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속해있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속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