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수뇌부는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최종 매각가격을 7228억원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이 제시한 7047억원보다 181억원 가량 올린 수준이다.
◆ ‘7228억원’ 어떻게 나왔나
지난 9일 박 회장 측이 제시한 7047억원은 채권단 입장에서 애매한 액수라는 평이 많았다. 박 회장이 앞서 제시했던 6503억원(주당 3만7564원) 대비 544원 증액한 금액이지만 앞선 채권단 회의에서 거론된 금액인 7935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 가격을 제시하며 “기존 제시가인 주당 3만7564원도 금호산업 기업가치 대비 145%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지만 채권단의 연내 매각 종결 요구를 수용하고, 금호산업의 기업가치 제고 및 매각지연에 따른 유무형 손실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7047억원이 현재 금호산업의 가치보다 높은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 가격이 탐탁치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박 회장의 인수가격 전달 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인수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가격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채권단의 달라진 향후 일정도 발표했다.
당초 산은은 박 회장 측이 최종 제시가격을 내놓으면 곧바로 채권단에 해당 가격으로 팔지 여부를 묻는 안건을 즉시 부의할 계획이었으나 막상 가격이 공개되자 산은은 회의를 거쳐 안건을 부의키로 계획을 변경했다. 박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을 안건으로 올리기에는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산업은행이 안건 부의하기로 한 금액인 7228억원은 박 회장이 앞서 제시한 6503억원과 채권단 회의에서 거론된 7935억원의 중간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최종 인수희망금액 제시를 요구할 때부터 이정도 수준의 금액을 원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오는 18일까지 각 채권금융회사별 동의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75% 이상 찬성이 나오면 오는 23일 박 회장에게 통지하고 이달 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거래종결 시점은 연말이다.
산은 등 채권단 수뇌부가 안건 부의키로 한 7228억원은 채권단의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장기화되며 채권단 내부에서는 연내매각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산은이 500억원 높여 제시한 박 회장의 최종가격을 한번 더 높이는 성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 회장 외에 딱히 인수의욕을 나타내는 이가 없다는 점도 이 금액이 최종거래가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금호석유화학 측이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면 인수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지만 채권단은 내부적으로 금호석화 측의 인수의욕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사진=머니위크DB
◆금호고속 팔아 인수자금 마련?
박 회장의 최종 제시가에서 181억원이 올라간 채권단의 안건부의 금액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아직은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채권단 결의를 거쳐 최종 공식 가격을 제시받으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채권단에서 이 금액에 매각을 추진할 경우 수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다면 박 회장에게 남은 문제는 인수자금 마련이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사재 3300억원을 털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박 회장의 현금동원력은 약 1500억원에서 2000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수를 위해선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채권단은 앞서 박 회장과의 협상에서 연내 잔금을 입금해 거래를 종결하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약 3개월 만에 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박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할 방침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특유의 재계 인맥을 동원해 자금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가장 유력한 방법은 지난 6월 금호터미널을 통해 인수한 금호고속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다만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매각 대금을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동원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되므로 금호터미널과 박 회장 간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를 끼워넣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할을 할 것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칸서스 자산운용으로 김영재 대표는 박 회장과 광주일고 고교 동문이다.
박 회장은 앞서 금호고속 인수에 나설 때부터 금호고속 지분을 칸서스자산운용에 다시 팔아 3000억원 가량을 마련하고 이후 회사가 정비되면 이를 되사올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금호고속 매각이 금호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호산업 채권단이 매각을 반대하는 터라 금호산업 인수 가격이 정해진 이후 금호고속 매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사히 금호산업을 인수한다고 해도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부터 금호타이어 인수까지 그룹재건을 위해 해야할 일은 산적해있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 보유 금호타이어 지분 42.1% 전량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데,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서도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호산업 매각 일지
▲2010년 1월 -워크아웃 돌입
▲2013년 11월 -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대표이사 복귀
▲2014년 10월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
▲2015년 1월30일 -채권단, 금호산업 매각공고
▲2015년 2월25일 -채권단,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
▲2015년 5월6일 -본입찰서 호반건설 단독입찰로 유찰
▲2015년 7월26일 -채권단, 박 회장에 주당 5만9000원 제시
▲2015년 8월21일 –박 회장, 채권단에 주당 3만7564원 제시
▲2015년 9월9일 –박 회장, 채권단에 주당 4만179원 제시
▲2015년 9월11일 –채권단, 주당 4만1213원 안건 부의키로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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