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로봇청소기가 최근 진화를 거듭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인공지능이 낮고 청소성능이 미흡했던 기존 로봇청소기의 문제점을 속속 보완했다.
지난 2001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세계최초로 출시한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는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갇히거나 제대로 청소를 해내지 못하는 단점이 노출됐다. 이에 ‘청소기’보다는 ‘장난감’에 가깝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국내를 비롯한 해외 로봇청소기제조사들은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 동안 로봇청소기 개발에 힘썼다. 그러나 ‘청소기’ 타이틀을 갖기엔 역부족. 여전히 로봇청소기는 전선이 엉키거나 의자 등 장애물에 부딪혀 작동이 멈췄고 작은 물체나 미세한 먼지를 빨아들이지 못했다.
지난 2월에는 한 로봇청소기가 50대 여성의 머리카락을 빨아들이는 사고가 발생해 대중에게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로봇청소기제조사가 출시한 제품들은 이런 문제점을 상당수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0월14일 열린 ‘제46회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는 청소성능과 인공지능이 강화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 ‘파워봇’, 청소능력 대폭 강화
우선 삼성전자가 지난 7월1일 출시한 파워봇 시리즈 ‘VR20J9250UK’는 청소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이 로봇은 브러쉬를 통해 이물질을 쓸어담는 동시에 진공흡입이 가능해 미세한 먼지를 쉽게 빨아들인다. 기존 로봇청소기 대비 140배 강력해진 디지털 인버터 모터가 탑재돼 흡입력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길이 311mm의 일자형 브러쉬와 필터를 깨끗하게 만들어 흡입력을 유지해주는 기술까지 적용돼 로봇의 청소능력을 한층 높였다.
실내구조를 분석하는 ‘내비게이션 카메라’와 의자 다리, 뭉친 전선 등 가늘고 작은 장애물을 감지해 회피하는 ‘풀뷰 센서’가 장착돼 작동이 멈추는 등의 고민도 해결했다. 아울러 자동차 서스펜션처럼 굴곡에 따라 위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지름 105mm의 대형바퀴는 로봇의 이동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 기기에는 먼지가 많은 곳을 로봇 스스로 판단해 집중청소하고 알아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인공지능도 탑재됐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청소예약, 시작, 종료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로봇과의 거리가 2.5m 이내일 때는 리모컨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로봇에게 청소할 곳을 지정해줄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타사 제품들은 쓸어담는 형식의 청소방법만 갖고 있다”며 파워봇 시리즈의 흡입력과 청소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이후 파워봇 시리즈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만5000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LG ‘터보 플러스’ 감시자 역할도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제품 출시 약 3주 후에 ‘로보킹 터보 플러스’를 내놨다. 기존 로보킹의 후속작인 ‘로보킹 터보 플러스’(크기 340mmx340mmx89mm·무게 3kg)는 스마트기능이 두드러지는 제품이다.
로보킹 터보 플러스에는 하단과 상단, 전면에 3개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이를 통해 스스로 주변 공간을 계산하고 위치를 파악한다. 하단카메라는 초당 최대 2000회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데 로봇은 이를 통해 바닥의 이동거리를 파악한 후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상단카메라를 통해서는 집 천장의 특징을 인식해 청소를 한 곳과 안한 곳을 구분할 수 있으며 전면카메라로 사용자에게 집안 내부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나아가 사용자는 ‘스마트진단’ 기능을 이용해 서비스기사가 방문하지 않아도 고장여부나 조치사항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라인 혹은 카카오톡으로 명령어를 입력해 청소를 시작하거나 예약할 수도 있다.
특히 이 기기는 집안에서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해당 사물을 자동으로 5회 연속 촬영,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청소의 기능을 넘어 ‘감시자’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은 8~9월 두달간 매달 2.5배씩 판매량이 늘었다”며 로봇청소기의 인기를 전했다.
◆사용범위 외부로… 전망 ‘맑음’
로봇청소기의 사용범위가 실외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고층건물 외벽에서 유리창을 청소하는 ‘윙클봇’과 페인트 도색작업이 가능한 곤돌라시스템 ‘월봇’을 개발했다.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와 기계연구원, GS건설 등 20개 기관이 협조해 개발한 윙클봇은 건물에 부착된 가드레일을 따라 수직·수평으로 이동하며 유리창을 청소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윙클봇은 기존 재래식(인력) 작업에 비해 청소시간을 약 35% 절약하고 물 사용량도 64% 절감한다. 또 같은 시간 동안 청소면적이 더 넓다.
월봇은 곤돌라형 로봇으로 도장과 청소기능을 갖췄다. 이 로봇도 인건비·작업비용 등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두 로봇은 고위험군 직업인 고층건물의 청소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한 교수는 “초고층건물에서 외줄에 매달려 일하는 건물 외벽 청소부는 고위험군 직종으로 갈수록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형편”이라며 “지금은 이 분야에 대한 로봇 개발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로봇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두 로봇의 활용방안과 관련 “윙클봇에게 태양광 판넬을 청소시켜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거나 사막먼지로 둘러싸인 중동지역의 건물을 청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해무로 더러워진 크루즈의 표면을 청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한 로봇청소기들이 ‘장난감’이라는 오명을 벗게 해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업계 날씨도 '맑음'으로 관측된다.
최근 BIA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세계 로봇청소기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며 내년에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1인 가구 확대,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로 로봇청소기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는 로봇청소기의 활성화가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융합과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봇청소기가 세탁기를 돌리거나 TV·컴퓨터 등을 끄고 문단속을 하는 등 ‘제2의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