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신입 초임’ ‘임금불평등’
올해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첫 월급이 평균 291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일 발표한 ‘2015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초임(상여금 월할분 포함)은 월 290만900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278만4000원에서 4.5% 상승한 것이다.
산업별 대졸 신입사원 초임의 경우 금융·보험업이 328만4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운수·창고·통신업 294만원, 제조업 280만2000원, 도매·소매업 275만5000원, 건설업 270만6000원 순이었다. 규모별 대졸 신입사원 초임의 경우 1000인 이상 기업이 318만6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0~999인 기업이 294만1000원, 300~499인 기업이 279만5000원, 100~299인 기업이 256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황당한 조사 결과’, ‘현실성 없다’ 등 경총의 이번 조사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임금수준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조사한 점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경총은 국내 404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라 밝혔지만, 100인 이하 기업은 대졸신입 초임 조사 대상 기업에서 빠졌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초임 차이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의 이러한 반응은 한국 사회의 임금 불평등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만큼 임금도 올라야 하는데, 생산성이 증가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임금 없는 성장’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실정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 파이를 늘리고 있지만 직원들에게까지 파이가 분배되지 않아 임금 불평등만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한겨레가 삼성·현대자동차 등 10대그룹 상장사 78곳의 2014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최고액을 받은 경영자들의 보수는 평균 23억5000만원으로, 이들 회사에서 일하는 일반 직원들의 평균보수 6700만원보다 35배 많고, 최저임금 1300만원보다 180배 많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소논문 ‘한국의 임금 불평등’(이정우·이창곤 외,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후마니타스, 2015)에서 불평등 지표로 “‘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을 많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임금이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까지 일렬로 늘어놓았을 때, 상위 10%의 임금이 하위 10%의 임금보다 몇 배 많은지가 불평등 지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경총이 밝힌 대졸신입 초임에 많은 누리꾼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 지급될 확률이 높은 100인 이하 기업이 해당 조사 대상에서 빠진 점을 들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위원의 소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4.85배로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이 지표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조사 대상으로 하는 노동부 자료를 사용했을 때 얘기”라며 “전체 노동자를 조사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지난 10년(2010~2014년) 동안 ‘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을 계산하면,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는 5.2배,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5.1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수준에서 임금 불평등이 고착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노동자들 내부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면 그만큼 저임금 계층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지난 10년(2010~14년) 동안 저임금 계층(중위임금의 3분의2 미만) 비율은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 평균 24.3%”라며 “OECD 국가 중 미국과 함께 저임금 계층이 가장 많다”고 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 성장에 못 미치는 정규직 임금 인상, 골목 상권 붕괴와 자영업자 몰락,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재벌 감세 등으로 거둬들인 초과이윤이 몇몇 거대 재벌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