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보험료 자율화 기조를 밝힌 점이 보험료 인상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에 이어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도 자동차보험료 인상대열에 동참했다. 이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빅3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빅3 손보사의 경우 보험료 인상에 대한 파급력이 큰 만큼 당국이 특히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들 3사는 보험료 일괄인상보다는 우회 전략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형사, 보험료 줄줄이 인상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개인용 동차보험료를 평균 5.2% 인상하고 업무용과 영업용은 각각 평균 7.4%, 6.6% 올렸다. 흥국화재는 개인용과 업무용을 각각 평균 5.9%, 4.3% 인상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11일부터 개인용 보험료를 4.8% 올린다. 더케이손해보험도 보험료 인상을 타진하고 있다.

중형사인 메리츠화재도 보험료 인상에 가세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9%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린 바 있다. 악사손해보험과 더케이손보 등 자동차보험 전업사 역시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이 급증하는 12월을 앞두고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소형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차량 이동이 잦고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하는 추석 이후 연말이 다가올수록 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손해율이 갈수록 악화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은 77% 수준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 손해율은 90%를 훨씬 웃돈다. 9월 말 기준 국내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4%대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손보 손해율은 92.3%, 메리츠화재는 99.4%로 나타났다. 한화손보와 롯데손보는 각각 94.0%, 악사는 94.5%, 더케이손보는 93.8%로 집계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3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9월 기준 삼성화재 자보 손해율은 85%, 현대해상 92.8%, 동부화재 92%다. 


대형사, 특약으로 돌파구 찾는다

대형사는 보험료 인상보다는 특약 신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KB손보는 ‘대물배상 가입금액 확장특약’을 신설해 자동차보험에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대물배상금액을 1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2억원, 3억원 등의 기준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1000만원 대물배상에 의무가입한 뒤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별도 특약에 가입하는 식으로 바뀐다. 

대신 초과금액 규모는 가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특약이 도입되면 보험료가 종전보다 소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보험료는 1~3%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물배상 한도를 높이는 최근 추세를 고려해 전반적인 보험료 수준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병헌 KB손보 사장은 이미 가입자별 보험료 차등화를 통한 보험료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일괄적인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보험료 차등화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빅3’도 KB손보와 유사한 특약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일괄인상보다는 KB손보처럼 우회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비슷한 특약 도입을 검토 중이며 동부화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전체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특약을 새롭게 추가해 손해율에 따른 보험료를 적용하는 형식이 많을 것”이라며 “각 보험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분석해 자보 손해율 관리를 하는 것이 시장의 흐름인 듯하다”고 말했다.

할인제도, 도입하고 폐지하고

국내 손보사들이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교통사고를 많이 낸 가입자를 선별하고 나섰다.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할인 폭을 늘리며 운행거리가 짧은 고객을 집중 유치한 것. 만성적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운행거리가 짧을수록 교통사고를 낼 위험도 적기 때문에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낼 확률이 낮은 사람을 유인하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에코마일리지의 할인율을 높여 연간 주행거리 2000㎞ 이하는 보험료 23% 할인, 5000㎞ 이하는 21% 할인, 1만㎞ 이하는 15% 할인한다. 동부화재도 3000㎞ 이하에 대한 할인율을 최대 22%로 높였고 현대해상도 지난 9월부터 운행거리별로 14~22%의 할인을 제공한다.

반면 마일리지를 제외한 특약할인은 줄이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블랙박스 특약할인이 대표적이다. 블랙박스의 경우 손해율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올해 블랙박스 할인특약을 없앴다. 삼성화재는 에어백과 미끄럼방지장치(ABS) 등에 대한 보험료 할인을 폐지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할인혜택은 손해율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블랙박스 할인은 사실상 손해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며 “보험에 가입할 때 블랙박스를 잠깐 장착했다가 떼는 사례도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블랙박스 할인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