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료 콘텐츠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하며 국내 시장 진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런데 '세계 최대'에 무조건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넷플릭스는 '밀당' 중이다. 공식사이트는 막혀있고 서비스를 시작할 때 메일을 보내준다는 문구만 볼 수 있다. 내년에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넷플릭스. 무엇이길래 이토록 콘텐츠 시장이 들썩일까.
◆ 넷플릭스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7000만명(2015 3분기 기준 6917만명)에 육박한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유료콘텐츠 서비스업체다. 사용하는 기기의 수와 화질에 따라 7.99달러, 8.99달러, 11.99달러(한화 약 9000원, 1만원, 1만3000원)의 월정액을 가입하면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동영상을 '광고 없이'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웹 스트리밍 서비스다.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PC나 셋톱박스, 스마트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속도 1위인 한국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넷플릭스의 자신감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좋아할 콘텐츠를 나보다 더 잘 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영화추천엔진인 '시네매치'를 이용해 영화10만 개에 대한 2000만건의 평점과 가입자의 클릭패턴 등을 분석한다. 가입자의 80%가 '시네매치'가 추천한 영화를 보고 감상 후 만족도도 90%로 굉장히 높다. 이러한 '콘텐츠 추천 기능'은 가입자들의 넷플릭스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게 한다. 방대한 미디어 시장에서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주는데 '나에게 충실한' 넷플릭스를 해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독자적 콘텐츠 보유'이다. 미드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서 3관왕을 수상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하우스 오브 카드'와,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중인 '마르코 폴로'는 말 그대로 '대박'을 친 넷플릭스 자체제작 드라마다. 더 대박인 것은 한 번에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매주 다음 회차 드라마만 기다리느라 지친 '드덕(드라마 덕후의 줄임말)'들에게는 최상의 서비스인 것이다. 이외에도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제공된다. 이러한 독자적 콘텐츠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집된 가입자들의 선호를 흡수하는 넷플릭스의 강점을 살렸기에 가입자들의 환호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 넷플릭스 vs 한국 IPTV
2010년부터 시작된 넷플릭스의 해외진출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3분기 가입자 수 증가의 결정적인 원인은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의 결과였다.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협력사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진통을 겪고 있는 수익배분 문제만 해결한다면 빠른 시일 내 국내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넷플릭스 측의 주장과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 상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내년으로 예정된 국내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젊은 층을 사로잡을 가능성은 높다. 넷플릭스의 독점적 콘텐츠는 '미드덕후'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이 이를 방증한다. 우려되는 점은 국내 콘텐츠의 수가 한국의 IPTV 서비스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가 보유한 한국드라마는 10편이며 한국영화는 5편뿐이다. 물론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콘텐츠 수를 늘리겠지만 한국 IPTV에 대항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에게 넷플릭스의 국내진출은 한국 IPTV 업체들이 높은 질의 독자적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볼 영상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의 가격경쟁력과 쉬운 해지 방법은 한국 IPTV 서비스의 변화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한국 IPTV 서비스의 대부분은 TV월정액, 영화월정액이 나눠져 있고 TV월정액은 채널에 따라 또 나눠지는 형태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단순한 월정액 서비스와 클릭 한 번으로 해지가 가능한 방식을 채택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의 국내진출 소식은 '소식' 뿐이었지만 한국의 IPTV를 이미 변화시켰다. 경쟁하듯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국내 방송플랫폼 업체들이 최근 VOD추천기술을 내놓는 것은 다분히 넷플릭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가진 최대 강점인 맞춤추천 서비스의 만족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넷플릭스는 얼마나 국내 가입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콘텐츠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의 한국진출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어떤 '미드'를 먼저 볼지, 그것을 다 보면 넷플릭스는 과연 뭘 추천해줄지 즐거운 상상을 할 것이다. 넷플릭스와의 행복한 '밀당'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당겨질'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