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ELS(주가연계증권)시장의 중심에는 홍콩 HSCEI(항셍중국기업지수)가 있다. 다른 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7~8%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높은 인기는 HSCEI를 기초로 한 ELS로의 과도한 치중을 불렀고 금융당국은 이를 막고자 HSCEI 기초 ELS 신규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원하지만 금융당국은 위험하다며 이를 말리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 낀 증권사는 양쪽의 입맛을 모두 맞추기 위해 새로운 기초자산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HSCEI와 같은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황소상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 HSCEI 막히자 ELS 발행 ‘급감’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증권사에 발행된 ELS의 규모는 2조4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3조6081억원보다 3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3월 10조원을 넘나들던 전체 ELS 발행규모는 하반기 들어 그 위상을 잃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발행건수도 지난 6월 2204건에 비해 반토막 났다.
이 같은 상황은 당국의 홍콩H지수 활용제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증권사는 HSCEI를 이용한 ELS의 발행규모를 전달에 조기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된 만큼으로 줄이고 있다. 지금까지 발행된 HSCEI 기초 ELS 외에는 규모를 더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한창 잘나가던 HSCEI 기초 ELS 발행을 가로막은 이유는 전체 ELS시장에서 나타난 기초자산의 쏠림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ELS 발행규모가 변곡점을 찍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는 전체 시장의 67.8%(11조729억원)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한쪽으로 치우친 ELS시장에서 만약 HSCEI가 녹인배리어(손실구간)에 진입할 경우 연쇄적인 파급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이를 방지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주식거래대금 급감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인기가 많은 HSCEI 기초 ELS를 제한하는 데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SCEI가 이미 바닥을 찍은 후 나온 당국의 규제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낮은 지수대에서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라고 지적한 뒤 “자율규제이지만 당국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HSCEI가 중국증시 폭락과 함께 급격하게 하락하자 증권사는 손실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사는 기초자산의 하락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이용하는데 HSCEI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선물 확보에 많은 비용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또 스텝다운 ELS는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이 85~90%일 경우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데 HSCEI 급락으로 이마저 줄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투자자가 상환된 자금을 다시 ELS에 투자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조기상환율 감소는 ELS 신규발행이 축소된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부터 금감원이 ELS관련 합동검사반을 진행하는 등 ELS시장에 대한 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HSCEI의 급락 등으로 조기상환금액도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올해 ELS시장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HSCEI 대타 찾는 증권사
투자자들이 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를 선호한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ELS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지수를 이용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HSCEI는 홍콩에 상장됐지만 워낙 변동폭이 큰 중국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다 보니 ELS에 제격인 셈이다. 증권사들은 HSCEI를 활용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든 만큼 새로운 지수를 찾아 예전과 같은 수익률을 가진 ELS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니케이지수 등을 ELS 기초자산으로 준비하고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는 상품 위주로 발행한다. 특히 중국 본토주식 중 시가총액 상위 50위 종목으로 구성된 ‘FTSE 차이나 A50’지수를 활용해 HSCEI에 버금가는 수익률의 ELS도 최근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넷째주부터 홍콩항셍지수(HSI)를 기초로 한 ELS를 선보였다. 홍콩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이 상장된 HSI의 특성상 HSCEI보다 변동성이 적어 수익률이 다소 낮지만 그럼에도 6%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DS부 팀장은 “HSCEI에 길들여진 투자자를 위해 해외지수를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투자자들이 잘 알고 선물 헤지가 가능하며 거래량이 많고 변동성도 있는 지수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증권사들의 노력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몰리면서 HSCEI 쏠림현상과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유로스톡스50이나 S&P500 선물시장은 규모가 커 괜찮지만 HSCEI와 같이 시장규모가 작아 국내 증권사 발행물량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컨대 각 선물시장의 미결제약정 수준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등 금융당국 차원에서 각 지수별로 ELS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ELS의 기초자산이 다양화된 후에도 증권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증권사도 전체 ELS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개별지수로 나눠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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