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글귀와 사진들은 '오글거린다'라는 말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새벽 감성을 담아 SNS에 글을 올리면 다음날 낯부끄러워 해야 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더욱 자신의 감성을 숨기게 만든다. 그래서 감성을 담은 마케팅이 더욱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까. '감성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 예인 박카스는 '대한민국에서 OO로 산다는 것'이라는 광고 카피를 이용해 한국인들의 고달픈 감성을 반영해 주는 광고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 전략은 IT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 애플
애플은 기능에 중점을 두어 광고하지 않는다.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면 삶이 낭만과 아름다움으로 가득찬다는 사실만 드러낸다. 오직 '사용자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뛰어난 제품임을 나타내는 감성 광고를 할 뿐이다.
최근 공개된 애플워치 광고를 보면 어떤 점이 뛰어난 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함을 담았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는다. 광고에 나오는 연인들은 애플워치를 차고 아이폰을 이용해 커플사진을 찍을 뿐이며, 키스할 뿐이다. 그러나 이 광고를 보는 소비자에게 애플워치를 구매하면 나도 연인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애플워치 광고' /자료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구글
구글의 감성마케팅은 사이트 첫 페이지부터 느낄 수 있다. 바로 '구글 로고'이다. 세계의 모든 기념일은 구글이 다 챙긴다. 몰랐던 기념일도 구글 덕분에 알 수 있다. 섬세한 구글의 로고는 각 나라의 기념일에 맞춰 로고를 바꾼다. 덕분에 구글 로고 자료실에는 나라별로 다른 '어머니의 날'을 위해 사용된 같은 로고가 9개나 등록돼 있다.
'구글 로고' /자료사진=구글 홈페이지
구글의 감성 로고는 '잊혀진' 사람들을 재조명할 때 그 빛을 발한다. '2015년 1월 20일'이 누구의 몇 번째 생일인지 관심을 가지는 한국인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이날을 로고로 만들어 생일의 주인공을 챙겼다. 바로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지현옥'의 56번째 생일이었다. 물론 '너무 섬세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날 하루라도 구글의 한국 사용자 중에서 '지현옥'을 검색해 봤다면 이는 구글의 감성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현옥 56번째 생일 구글 로고' /자료사진=구글 홈페이지
◆ 인텔
인텔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이가 없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다. 작은 칩일 뿐인 인텔의 제품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각인되었을까. 인텔의 마케팅 전략은 바로 '사운드 로고'였다. 인텔은 1990년대 초부터 컴퓨터 제조업체와 공동광고 캠페인을 추진해 다섯가지 톤의 멜로디를 지속적으로 광고에 노출했다. 특유의 경쾌한 톤의 사운드 로고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이다. 지금 당장 인텔의 사운드가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인터넷에서 한번만 검색해보면 '아~' 하는 탄성이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일 것이다. 이 멜로디를 꾸준히 이십년 넘게 사용한다는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인 것이다.
'인텔' /자료사진=인텔 홈페이지
컴퓨터와 모바일로 대표되는 IT는 차갑고 딱딱하다. '0과 1'에 갇힌 디지털 시대의 삭막한 느낌은 은연중에 우리의 감성을 메마르게 하지만 IT기업들의 감성 마케팅 전략은 꾸준히 사용자들을 반응하게 하고 있다. 감성 마케팅의 또 다른 말은 바로 'Warm 마케팅'이라는데, 어쩌면 가장 감성적일 IT가 오늘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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