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증권이 직원을 채용할 때 이력서에 ‘추천인’을 쓰도록 해 맹비난을 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형평성을 위해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유독 동부증권만 과거의 악습을 따르는 꼴이다. 따라서 동부증권에 아는 사람이 없는 구직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동부증권은 지난 2월12일까지 업무지원과 영업관리부문 신입 및 경력직원을 공개 모집했다. 동부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정기 공개채용과는 다른 업무직 채용으로, 2년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도 가능한 전형이다.

문제는 이력서 한켠에 자리 잡은 ‘사내추천인’을 적는 란이다. 이번 채용에서 사용된 업무직 사원의 공개채용 이력서에는 가족들의 근무처와 직위를 묻는 칸 바로 밑에 자신을 추천한 사람의 부서와 성명을 적는 공란이 있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신입 지원자들이 동부증권 직원에게 추천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학연·지연·혈연 등을 동원해 동부증권 직원의 추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제공=동부증권주식회사

이에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은 허탈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어필하는 이력서에 왜 동부증권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사 취업을 위해 1년여를 준비했다는 한 구직자는 “증권사 서류 통과를 위해 토익시험은 물론이고 금융관련 자격증을 여러개 준비했다”며 “그런데 이력서에 추천인을 적으라니 동부증권 직원 아무나 붙잡고 추천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증권사들은 지원자가 소위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인지 구별하기 위해 추천인제도를 시행했다. 지원자가 취직할 경우 그의 가족들이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고 혹시 주식매매 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메울 만한 재산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혹시 윗분들과 관계있는 지원자를 떨어뜨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추천인 란을 만든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추천인제도는 채용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까지 이력서에 추천인을 쓰게 했던 한 증권사는 올해부터 추천인 란을 없앴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력서를 최소화하고 실무능력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채용시스템을 바꾸는 상황이다. 오로지 동부증권만 시대를 거스르는 채용방식을 고수하는 셈이다.

동부증권 측은 추천인을 적는 것이 채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천인은 단지 경력직에게 ‘우수인력유치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넣었다는 것. 하지만 신입과 경력직원이 같은 이력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신입 지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추천인 논란이 일자 동부증권 관계자는 “예전부터 사용했던 이력서 양식을 그대로 쓴 것이어서 사내추천인을 적는 란이 문제가 될지 몰랐다”며 “공식 채용과정에서 추천인이 작용하는 가점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동부증권은 10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인데 서류지원자만 290명이 몰렸다. 29명 중 단 1명만이 입사할 수 있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동부증권의 이력서 기재방식이 탈락한 280명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