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최근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 가사 중 일부다. 가사 내용처럼 이제 60대를 노인으로 분류하는 시대는 지났다. 70~80년대 경제부흥기에 경제력을 구축한 베이비붐세대가 은퇴연령인 60대로 진입하면서 노인의 컬러가 바뀌었다.
이들은 예전 노인세대와 다르게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역동적인 레저와 여가생활을 즐긴다. 또 자신을 꾸미는 데 익숙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소비에 적극적이다. 젊은 세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신흥 소비주체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 스마트폰 정보공유는 ‘일상’
“오늘 라운딩 끝나고 OO유황오리집에 오후 5시까지 모입시다.” 장씨(61)는 골프모임 회원들의 단체대화방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저녁식사 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공지글 밑에는 식당에 대한 블로그 정보와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링크됐다. 약속장소가 마음에 든 장씨는 대답을 하는 대신 ‘OK’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처럼 액티브 시니어는 모바일 인스턴트메신저 이용에 익숙하다. 실제 60대 이상의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빈도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10명 중 6명은 인터넷을 사용한다. 또 인터넷을 사용하는 60대 인구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의 인스턴트메신저 이용률은 전 연령대 평균에 비해 월등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에는 60대의 39.5%가 인스턴트메신저를 사용했지만 불과 2년 후인 지난해에는 72.3%로 두배가량 늘어났다. 은퇴하기 이전부터 인스턴트메신저로 회사업무를 처리하고 지인들과 소통해왔던 터라 IT기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깃발여행’은 가라… 자유여행 대세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큰 인기를 끌며 시니어의 배낭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평균 연령 76세의 배우들이 배낭을 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은 시니어들의 낭만을 눈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시니어들의 패턴은 휴양지에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기존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계획을 짜는 ‘자유여행’으로 변했다.
오픈마켓 11번가의 2014년도 해외여행상품 판매동향에 따르면 50대 이상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배낭여행으로 유명한 동유럽(32%)으로 조사됐다. 과거 배낭여행과 해외출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시니어들이 배낭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오스트리아여행을 다녀온 임모씨(60)는 “아직 건강할 때 유럽의 멋진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며 “직장에 다닐 때는 바쁘고 일에 치여 유럽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임씨는 사전에 여행일정과 호텔, 비행기 등을 온라인으로 직접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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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고 건강하게… ‘동안 외모’에 투자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시니어의 바람은 미용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가 미용업계의 주력 소비층으로 발돋움한 것. 이들은 자신이 직접 클리닉센터나 병원을 찾아 미용에 대한 상담과 시술을 받는다. 과거 자녀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피부관리실을 찾던 어르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피부관리업계에 따르면 시니어들의 주된 관심사는 동안이다. 젊고 건강한 모습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이들은 주름살·색소침착 등에 효과가 있는 레이저시술이나 리프팅·보톡스·필러 등에 관심을 보인다.
5년째 강남 유명 피부클리닉에서 상담의로 근무하는 채지혜씨(30)는 “예전보다 60대 이상 고객의 방문이 늘었다”며 “이들은 주로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많은데 젊은 층보다 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비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패션피플 시니어… 젊은이의 ‘우상’
백화점에 마련된 ‘영패션’ 코너도 더 이상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외모만 봐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패션센스를 자랑하는 시니어들을 영패션 코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충분한 구매력까지 갖춘 이들은 영패션 코너의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다.
한 백화점의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영패션으로 분류되는 브랜드에서 50대 고객의 비중이 19%에서 30%로 늘어났다. 60대 이상 고객은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시니어들이 젊은 층의 옷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들은 동경의 대상이다. 실제 유명 패션디렉터인 닉 우스터는 많은 젊은이의 롤모델이다. 액티브 시니어인 그가 입는 옷과 스타일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유행을 만든다. 젊은 세대는 이들과 같은 시니어를 통해 자신의 미래모습을 그려보는 셈이다.
◆ ‘몸치’ NO… 역동적인 댄스도 ‘오케이’
홍대 인근의 스포츠댄스 학원에는 최근 수업이 하나 더 생겼다. 예전에는 20명 중 1명 수준이었던 시니어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 몇년 전부터 스포츠댄스를 배운 한 50대 원생이 직장을 은퇴하며 자신의 동료·친구들을 데려왔다고.
원장 최모씨(39)는 “이들이 처음 원생으로 들어왔을 때 수업진도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도 룸바, 자이브 등 다소 격렬한 움직임이 많은 댄스를 곧잘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금세 친해져서 학원 분위기를 흥겹게 만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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